인천에 있는 회사였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가면서 "아 대체 어디다가 주차를 하는 거야"라고 투덜 댄 기억이다. 공장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곳에 마당에 회사 트럭들이 즐비해있던 기억이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 회사의 주차장에 삼중으로 주차를 해버리고서는 후다닥 사무실에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대표님의 방은 거의 거실 수준이고 사무실은 그에 비해 열악했다.
하지만 뭐 내가 인테리어 업자는 아니니, 뭐라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회사에 가서 사무실에 가서 미팅을 하려고 하니 회장님 의자 같이 되어있는 푹신한 의자에 낮은 테이블... 이러면 미팅할 때 메모하기가 참 어렵다. 허리를 숙여서 메모를 하거나 아니면 무릎 위에 두고 노트에 필기를 해야 한다. 흠.... 아무튼 나름의 방법으로 미팅을 하면 된다.
기업 대표님은 동글동글 하게 생기셨고, 엄청 친절하셨다. 그냥 동네 아저씨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대표님 뭘 개발하려고 하시죠?라고 항상 묻던 멘트를 묻는다.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기계 쪽이요"라고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냥 서로 눈을 보고 웃었다.
정신 차려야지.. 에헴,..
"대표님 어떤 기계 쪽이신지 설명이 가능하실까요?"라고 되물었다.
" 아 자세히:::: 하... 그게 말로 하기가 좀 어렵기는 한데요" 하시면서 노트를 가지고 오신다.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셨다.
결론은 "정밀 전자 레벨 센서와 관련 있는 정밀 장비 레벨유지 관리를 위한 전자식 정밀 레밸측정 시스템" 개발이었다. 아무튼 "정밀 기계" 쪽이다.
더 많이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독자들도 알 거라서 이까지만 말하겠다.
여기에 대한 도면이나 그런 것들은 다 있는지 이것저것 확인을 했다.
대표님과의 미팅에서 여러 가지 의지를 확인했고, 그렇게 그날 계약은 성사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저도 잘 부탁드려요" 서로 또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계약서에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입금이 되었다.
느꼈다." 아. 돈 관계는 진짜 깔끔하신 분이구나" "나도 실수하는 일 없어야겠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서로 각자 하고자 하는 말을 했고, 하고 싶은 것을 들었고, 해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했고, 어떻게 할 것인지 상호 다 이해를 했다.
R&D를 처음 해본 회사이지만 이미 초기창업 기업의 연혁은 아니기에 창업성장 기업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과제에 제안을 했다. 결격사유는 물론 없다. 가점 준비를 시켜드렸고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했다.
이 기업의 대표님의 성격은 매우 활기차고 매우 긍정맨이시다.
미팅을 할 때는 매우 활기찬데, 전화를 하면 매우 냉소적인 분이시다. 첨에는 그 부분이 매우 헷갈렸다.
만나서 대화할 때는 엄청 좋으신데 왜 전화는 이렇게 차갑게 받으실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 그건 나중에 뒤에 이야기할 것이다.
기업대표님이 기존 정밀 레벨 측정도구의 문제에 대하여 구두상으로 설명 주셨다.
이 기업의 대표님은 다 좋은데, 자료를 늦게 주신다. 현장에 가서 직접 일도 하시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것보다는 대표님이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탓이 아닌가 싶다.
기술이사에게 이 대표님에 대한 성격도 말해야 한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항상 계약을 하면 배정받는 기술이사들이 항상 말한다.
거기 대표님 성향은 어때?라고 말이다.
아이템은 중간정도여도 충분하다. 획기적인 아이템은 이 세상에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기술의 고도화라고 함은, 우리의 기준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기술이 어느 계기로 인해 기획되고 새로운 기술로 연결되는 것, 그러므로 하나의 아이템이 생성되고 그 아이템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상용화가 되고 어느덧 일상에 묻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템 다음으로 대표자의 성향을 궁금해한다.
왜냐면 일함에 있어서 대표자의 성향은 업무의 효율성이라던지 앞으로 1년 동안 일할 때 얼마나 소통의 부재가 있을지, 업무가 처지지 않을지 너무 급하게 되지 않을지 등등 감을 잡아야 스텝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은 엄청 좋은데 대표님의 인성이 바닥이면 솔직히 계약을 해와도 서로 맡지 않기 위해 서로서로 눈치를 보기도 한다. 난 그 맘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배정해 준 기술이사에게 자신 있게 말했었다.
" 여기 대표님은 진짜 좋고 재미있고 부드러우신 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으시기도 하고 기계 쪽으로는 빠삭하시니 걱정 안 해도 돼"
" 근데 자료는 많지는 않을 거 같아"라고 말했다.
기술이사가 이어 말했었다." 뭐 가보면 알겠지" " 기계 하시는 분들이 원래 서류 쪽으로는 힘들어하시긴 해"
"일단 만나보고 이야기 들어보면 알겠지"라고 말이다.
그래서 또 회사로 방문을 해서 갔다. 가니까 대표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만나서 한참을 이야기하시는 와중에 기술이사가 입을 처음 땐다 " 대표님 그래서 결론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건 어떤 거죠?"라고 말이다.
아무래도 기업의 대표님의 설명이 많이 길었던 모양이다. 기술이사로써는 핵심 기술포인트를 짚어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다시 들었고, 미팅은 거의 3시간 가까이했던 기억이다.
돌아오는 길에 기술이사가 말한다 " 와. 진짜 활기찬 분이시네" " 좋은 분인 건 확실한 거 같아"
사람의 감정은 비슷비슷한가 보다. 그 이후로 기업대표님과 기술이사도 많이 친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서로 필요에 의해서 만나서 필요한 업무를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과제 접수기간이 되어 접수를 했다. 동일한 카테고리의 과제라고 할지라도 분류가 나누어지기 때문에 많이 뽑는 지원과제인지 몇 개의 기업을 얼마의 예산안에서 뽑는지 확인했다. 여기 기업은 여성참여 기업으로 해서 과제를 들어갔다.
그게 확률적으로 같은 창업기업 과제라고 해도 확률이 높아 보였다. 조건이나 그런 것들이 말이다.
기업이 선정 후 맞춰야 할 조건들이 있었던 과제였다. 당시에는 그런 과제들도 있었다.
그래서 에둘러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누구나 다 들어가는 많이 뽑는 과제 말고 같은 과제이지만 상대적으로 적게 뽑는 과제에 들어갔다. 나름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결과 서면에서 최종선정 되었고 대면평가 준비까지 완벽히" 해서 "최종 정부협약까지 마무리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스타트를 했고, 이 과제를 들어가기 위해서 이미 3개월 전부터 우리는 준비를 같이 기업과 했다. 기업 대표님과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친밀도가 형성되었다.
아까 말했던 전화상으로는 약간의 불친절함,.... 그걸 나는 이제 안다.
뭐냐면... 대표님은 대표실에서 일이 조금 쉬어갈 시간에는 혼자서 주무시거나 아니면 영화를 모니터에 틀어놓고 영화 감상 중이셨던 거다! ㅋㅋ 아무도 모르는 취미생활이었는데, 내가 전화를 한 거다 ㅎㅎ
나중에는 친해지고 나서 대표님에게 전화하면 항상 물어본다 " 대표님 어디세요" " 영화 보고 계신 건 아니죠?" " 지금 주무신 거 같은데요?" 등등 나 또한 익살스러운 표현을 하는데, 대표님은 항상 "뭐야 우리 사무실에 몰래카메라 설치한겨?"라고 하면서 되받아 쳐 주신다. 그렇게 매번 전화를 하고 나면 항상 웃음이 나오는 그런 기분 좋은 대표님이시다.
이후 이 기업 대표님과 과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고, 때마침 컨디션에 맞는 것을 또 발견해서 제안했다. 그렇게 대표님은 우리와 과제를 하는 동안 2번의 선정이 되셨다.
여기서 또 포인트가 있다. 이 기업의 대표님도 지금 내가 같이 있는 기술이사와 일을 했었다.
항상 하는 말이 난 000 이사가 꼭 해줘야 돼. 그게 조건이야. 이거다. 참 인기가 많은 기술이사이고 능력 있다.
1년 개발에 1.5 / 2년 개발에 5억/ 이렇게 말이다. 추가로 더 하고 싶어 하셨으나 개발인력 부족으로 조금은 역부족이었고 아이템에 대한 자료가 조금 부족했던 터라서, 추후 다시 새로운 신규 법인을 내서 또 과제를 하시곤 했다. 물론 이 기업의 대표님의 모든 R&D과제 진행은 무조건 "나와" 함께 진행하였다.
대표님께서 "우리는 당연히 같이 해야죠"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내가 좋은 일이 있던, 나쁜 일이 있던 어떻게 아는지 귀신같이 알고 한 번씩 전화하시면서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아야죠"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기계를 개발하고 싶은데 소프트웨어만 특화된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이 기계 쪽으로 개발 용역회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난 그런 경우 이 회사를 소개해 준다. 내가 아는 기업 대표님 중 제일 기계개발에는 탁월한 분이다. 이 기업의 대표님께 기업을 연결해 드리고 어떠한 커미션도 난 받지 않는다.
왜냐면 나 또한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가 좋기 때문이다. 따로 챙겨주시겠다고 자꾸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건 "노노" 그냥 난 대표님과 좋은 관계가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 맘이 아주 컸고, 그렇게 난 지금도 이 기업의 대표님과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몇 년 전 회사 이전으로 나에게 고민상담을 하신 적이 있다.
아무래도 땅을 잘못 산거 같다고 말이다. 사기를 당한 거 같다고 말이다.
말씀드렸다. 많은 기간 이 기업의 대표님과 이 이야기 저이야기 하다 보니, 대표님에 대해 많이 아는 나이다.
그래서 항상 "대표님. 누구누구한테 돈 빌려주신 거 그것만 다 받아도 이런 걱정 안 하셔 돼요"
"아니 민사라도 해서 받아 내세요" 이렇게 내가 흥분을 하면 "아~ 줄 때 되면 주겠지 ~~ 힘든가 보지"라고 말씀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다급하게 전화한다는 것은 이 기업의 대표님이 진짜로 "아뿔싸"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R&D와 무관한데 그런 것까지 대화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나. R&D를 하게 되면 기업의 가장 큰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면서 내부 컨디션을 확인하고 알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보니 힘든 거 속상한 거 이런저런 일상적인 것을 잦은 대화로 주고받는다. 이때 난 이 기업의 대표님이 회사이전을 위해서 매매한다고 하는 곳의 지역의 그 땅을 매매하지 않기를 권장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고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중간 중개인이 끼어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미 은행에 대출신청부터 다 해놓으신 상황이라 물릴 수도 없다고 하신다. " 아니 대표님 사고는 미리 다 쳐놓고 지금 와서 저한테 논의하시면 제가 뭐 지금 그거 포기하라고 하면 하실 거예요? 그러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크잖아요"라고 또 잔소리를 했었다.
그때 대표님이 " 아. 또 잔소리! 아무튼 어떻게 좀 방법 좀 생각해봐 봐"라고 말씀하신다.
편하게 나에게 반말하신다. 전혀 1도 기분 안 나쁘다. "흠.. 일단 그럼 대표님 어떻게 어떻게 한번 해보시고 나서 지켜보시죠"라고 나름대로 아는 지식을 전달드렸다.
전화를 끊고 관련된 사항을 정리해서 "내용증명서"와 "지금부터 확인해야 할 것"의 리스트를 정리해서 드렸다. 솔직히 이건 우리 게약 조건에 없다. 굳이 개인사에 대해서 관여할 이유도 당연히 없지만 사람 간의 관계는 그렇지 않지 않다. 그래서 난 나를 믿어주는 대표님들에게는 나름대로 도울 수 있는 건 자문해 드린다.
전화가 바로 온다 "와. 진짜 빠르긴 하네~" 일단 "알겠어. 내가 이렇게 한번 이야기해 보고 말한 서류도 다 떼어 보고 그러고 나서 또 말해줄게"라고 하신다.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 " 이제는 제발 좀 뭐 하실 때 제가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먼저 치지 마시고 저한테 알거나 말거나 한번 물어보세요" '그래야 저도 주변에 아는 분들 통해서라도 도와드리기 좋아요"
라고 진심 어리게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대표님은 어떤 문제에 있어서 나름대로 해결을 하신 거 같았다.
지금도 내가 전화를 하면 "아. 왜. 또~ 뭐~" 하시면서 막 웃으신다.
"아니 그냥 안부차 전화한 거죠~~~ 어디신데요?" 이렇게 대화가 오간다.
이번에 2025년 예산이 확대되면서 대표님은 또다시 R&D과제를 이야기하신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내년에 개발자금을 확보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내가 이달 내에 찾아갈게"라고 말이다. 이렇게 오랜 인연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님이 오시면 아마도불백을 먹자고 할 것이다. 주변 불백 맛집을 검색 한번 해봐야겠다.ㅎㅎ
기업과 웬만하면 절대 밥을 먹지 않는다. 비즈니스 관계로만 유지되는 걸 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표님 중에 하나의 대표님이 이미 나에게는 되어버렸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존중해 주시고 인정해 주신다.
그래서 나는 힘을 낼 수 있다.
다섯 번째 기업 이야기
내가 아는 대표님 중에 나이가 그래도 조금 어린 대표님. 하지만 사업에 대하여서는 굉장히 유식하신 대표님이다. 이 기업의 대표님과의 첫 만남은 강남이다. 강남의 대표님 기업의 사무실이 아닌 피부실에서 만났다.
참으로 특이한 장소이다. 이 기업의 대표님의 사업군은 코스메틱 부분이다.
화장품을 직접 제조, 판매하고 있고 어머니는 피부과 전문의, 누나는 태평양 변호사이고, 이 대표님은 피부과 (주로 피부시술 및 관리)를 하는 곳을 운영하신다.
자신의 기업의 상호로 화장품을 만들고 그 화장품을 허가받아 자신의 코스메틱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피부관리를 해준다. 강남에 있는 만큼 꽤 고가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좋아서 많은 고객들이 피부관리를 받으러 오신다. 꾸준히 신제품도 개발하려고 하신다. 공장은 OEM으로 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하셔서 기본적인 기술개발은 핵심적으로 기업에서 하고 제조만 의뢰하신다고 한다.
과연 어떤 것을 개발하고 싶으신 걸까?
화장품 관련 제조업체들을 많이 만나봤었다.
대부분 마스크팩, 그리고 피부 관련 질병에 관한 보조 크림 등 어떤 곳은 미스트 개발업체도 있다.
여러 가지의 상품을 개발하는 곳 들이다.
이 기업은 어떨까? 아주 많이 많이 기다렸다. 조금 약속시간보다 늦게 오신 기억이다.
난 약속에 예민하다. 그래서 시간약속을 잡으면 항상 조금 일찍 도착해서 차라리 시간에 맞춰서 간다.
늦는 거보다 나으니까. 아마 어릴 때부터 습관이 그리 성장했던 것이고 하는 일들이 약속과 민감한 일들이다 보니 약속에 대한 강한 그런 개념이 정립되어 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약속시간이 늦을 때는 미리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아니면 아예 일찍 가서 기다린다.
그것이 나와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늦게 오신 이 기업의 대표님을 차음에는 그리 좋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사르륵하고 분노가 삭힌다.
아주 잘생기고 그런 건 아니지만, 아주 아주 환한 얼굴에 너무너무 미안해하는 얼굴. 그리고 예의 바른 말투
이 모든 것이 약속시간에 늦은 사람이라도 언제 늦었냐는 식으로 내 맘을 식혀주었다.
대표님의 아이템은 어떤 건가요? 또 물었다.
아이템은 당연히 화장품 관련된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들어 봐야 한다. 뭔가 다를 것이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영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기업마다 요구하는 바가 틀리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그렇기에 아이템이 유사하다고 해서 그냥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일단 이 기업과 일을 하려면 내가 이 기업의 직원이 되어야 한다. 맘으로 말이다.
여기 대표님은 비타민D부족 국가 1위가 대한민국이라고 말씀하신다.
실제로 조사해 보니 맞다. 대표님께서는 이 부분을 중점을 두고 설명하신다.
자연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 비타민 D... 이것을 어떻게 피부에 흡수시킬 것인가? 이것을 많이 고민하신 거 같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것을 과제화 하여 상품을 개발하고자 하셨다.
"평소 비타민 챙겨드세요?"라고 물어보신다.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럼 햇빛은 자주 보세요? " 아니요"라고 또 답했다.
그렇다 현대인들은 주요 생활 패턴등이 변화하면서 비타민D결합 증상이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한다.
피부에 직접 비타민 D를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많이들 선전하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 적도 타 기업의 미팅에서 느낀 적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이 기업의대표님은 재품+ 디바이스를 결합하고자하셨다.
피부관리실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이 조합을 어떻게 상품으로 프로그램화하는지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실제로 "이게 남자 피부가 맞아?" 할 정도로 피부도 너무 좋아 보였고, 나와 나이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한참 어린 대표로 봤다.
"아... 피부가 참 중요하긴 하다..."라고 현타를 맞은 기억이다.
확실히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 아이템, 결격사유, 인품, 다오케이다.
계약을 제안드렸고, 계약은 성립되었다.
이렇게 하고자 하는 기업은 미팅을 해보고 바로 결정 주시는 경우가 많다.
계약성사. 여기도 바로 계산서 발급 후 입금이 완료되었다. 깔끔 그 자체.
계약금을 깎는 것은 최소한의 인건비를 깎는 거다. 누구도 자기 기업의 인력의 기본급을 깍지는 않는다.
인건비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의 두 군데 기업과 기존의 3군데 기업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계약조건에 대해서 일말의 레고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대로 다 주셨다.
책임이 주어진다. 계약을 하고 나면 말이다.
이제 진짜 고객사가 된다. 난 합격시켜야 하는 사람이 된다.
피부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계획서를 내가 쓰지는 않았지만 계회서 안에 들어가는 개요도는 내가 다 만들었다. 계획서에서 개요도는 앞서도 말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가위원들이 어려운 화학 기호들이 있을 때는 개요도를 살핌으로, 흐름을 읽고 의도를 파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내가 어떻게 방법으로 개발할 거고 어떤 것이 포함되며 최종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다.
"이걸 이미지 화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매우 창조적인 부분이고 없는 이미지를 이미지화하여 기업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런 면에서 조금 능력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글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에 대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글은 아니고 내가 관심을 가지고 하다 보니, 기업의 기술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이미지화하고 도식화할 것인지 고민하다 보니, 나름의 그림이 그려지는 거고 그걸 나는 도식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회사에서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래서 과제계획서에 많은 기술이사들이 내가 약간 시간이 있으면 이런 이미지들을 많이 부탁했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 중에 하나라고 해도 팁이겠다.
정말이지 한 기술개발 파트에 하나의 이미지를 다 삽입했다. 총 20개 가까운 이미지를 만든 기억이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들은 기술이사가 적합한 파트에 삽입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이미지도 있고, 아까 두는 이미지도 있다. 다른 과제에 들어갈 때 사용하기 위해서 "킵"해두는 것이다.
화장품과 디바이스 개발이기 때문에 완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와 화장품 허가 심사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개발 연도에 따라서 계획표에 적어야 한다.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기업 대표님이 말씀하신다 " 역시 R&D는 쉬운 게 아니네요"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저도 많이 공부하게 됐네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결론적으로 이 기업도 최종선정이 되었다.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정을 시켜드렸다.
하지만 서류는 어느 정도 선정 시켜드린 횟수가 많고 대면평가에서 떨어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제외대상과 추천대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에 최종 선정이 되었던 기업이다.
이 기업과 인연은 과제로써는 끝났다. 왜냐면 기업의 대표님이 사업이 확장되어서 너무 바쁘시다고 하셔서이다. 우리가 컨설팅을 해드린다고 해도 서류를 서포트해 주는 내부 인력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부에 인력이 지금 너무 바쁘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쉽지만 계약기간을 종료로 하여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기업의 대표님을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상냥함과 정직함"도 있지만, 따스한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법적으로 힘들 때가 있었다. 이때 이 기업 대표님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로펌의 변호사를 소개해주신 적이 있다. 그것도 상담료도 엄청 비싼 곳인데 나는 편하게 상담을 받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 주셨고, 파이팅 할 수 있게 응원해 주신 적이 있다.
가끔 이 기업의 대표님이 전화가 오신다.
항상 하시는 말씀은 같다.
"저희가 R&D를 할만한 아이템이 있으면 당연히 대표님과 해야죠"
라는 말은 당연하고, 제일 많이 하시는 전화는 이거다.
"제가 아는 동생이. 혹은 아는 형님이, 혹은 아는 누나가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정부지원금을 쉽게 생각하더라고요. 어디 이상한 곳에서 꼬드김을 당한 거 같은데, 제가 잘 알아보고 하라고 말하긴 했는데, 다들 알았다고만 하고 제대로 안 하는 거 같아서, 그럼 전문가한테 상담받아보라고 제가 연락처 넘겨 드렸어요"
" 혹시 전화 왔나요?"라는 말씀이다.
내 전화번호를 지인들에게 전달하시고 곤란한 상황이나 수상한 이야기를 들으면 직언을 해주는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시는 거다. 이건 날 인정해 주고 나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고마운 일이다.
난 말한다 "아니요 대표님 아직 전화 안 왔는데, 혹시 전화가 오면 성의껏 제가 아는 것은 다 솔직히 자문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지금 이 대표님과 나는 어떠한 금전적인관계도 없다. 그냥 인연으로 남아있는 거다.
언젠가 업무적으로 또 인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지금 대표님은 주변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이 험한 세상에 "다들 금수저들이라" "고생 한번 안 해보고 자란 사람들"이라고 하시면서 그들을 걱정하신다.
나랑 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사회전반적인 부분, 과제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이 기업의 대표님은 많이 깨우치셨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돈은 없고 눈먼 돈이 없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아직 그런 말을 믿고, 또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기업의 대표님은 말씀하신다. " 내가 아는 기업의 대표들이 대표님을 만나서 일을 해보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 아이템들이 없어요"라고 아쉬움을 표현하시기도 한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얼마 전 말씀처럼 이 기업의 대표님의 지인분이 전화가 오셨다.
"000 대표 소개로 전화드리는데요"라고 입을 떼셨다. "아 네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했다.
"어떤 곳에서 보험을 들면 R&D도 해주고 벤처인증도 해주고 연구소도 해주고 뭐 ISO인증도 해주고 다 해준다고 하던데.... 그래서 제가 그걸 할까 말까 고민 중이거든요. 지금 공장도 이미 부지를 사서 짓고 있고 시설자금이 급해서 대출신청을 하려고 하니까 기관에서 벤처기업인증이랑 이거 저거 요청을 해서 지금 제가 좀 급해서 그런데, 재가 상담한 곳이 000000이라는 곳인데요. 거기서 다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 그걸 000 대표에게 말하니깐 대표님 연락처 주면서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전화드렸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이야기를 다 듣고 물었다.
" 000000라는 곳이 어딘지 나는 잘 안다. 이 바닥이 그리 넓지는 않다. R&D를 전문적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는 드물다. 그래서 더 잘 안다. 한참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 거기서 어떤 금전적 요구를 받으신 거가 있으시거나 어떤 권유를 받으신 건 없으실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네 맞아요. 월 300씩 5년 동안 납입하는 보험에 가입하면 벤처기업인증부터 싹 다 말씀드린 거 다 해드리고 그러고 나서 제가 납부했던 금액은 100% 만기일날 다 준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하신다.
말도 안 된다. 휴..... 왜 이런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걸까? 아찔하다.
이런 사람들이 컨설팅 물을 다 흐린다.
난 맘을 다잡고 말씀드렸다. " 대표님, 제가 000 대표님께 대표님이 아주 중요한 분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냥 아무 때나 말씀드릴 수가 없어서 진심으로 직언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어서 미리 양해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라고 먼저 물었다.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어........ 어...... 아.... 예....."라고 말이다.
"진짜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솔직히 말해드려야 할거 같아서 이렇게 먼저 양해드리는 건데, 저한테 000 대표님도 중요한 분이시라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왕 저에게 전화하라고 하신 거 보면 제가 직언을 할 거를 아마 000 대표님도 알고 계실 거 같고, 전화주신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그냥 속시원히 까놓고 말씀드리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때 서야 전화상으로 그 대표님이 " 아. 네 그럼 차라리 저도 나을 거 같네요. 그래야 저도 결정을 빨리 할거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해주시면 기분 나쁘다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해주셨다.
그럼 본격적으로 말하겠다고 이야기하고 " 대표님 한 달에 300만 원이면 1년이면 3,600만 원이고, 그게 5년이면 1억 8천만 원입니다. 그거 혹시 보험상품인 거 같은데, 맞나요?"라고 물었고 "네"라는 외마디 대답을 듣고 또 내가 말했다. " 상상을 해보세요 대표님 이 세상에 100% 환급되는 보험이 있나요? 전 보험은 잘 모르지만 글쎄요, 그럼 보험회사는 뭐가 남죠? 일단 수익구조부터가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대표님의 기업의 연혁과 매출은 어떻게 되시죠?" " 아. 몇 년도 기업이고 매출은 얼마입니다"라고 말씀하신다. " 그럼 대표님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벤처기업 인증은 불가하십니다. 안 나와요. 제가 해드린다고 해도 못 해 드리는 컨디션이시고요. 거기에다가 R&D자금을 받아주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그건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규정이나 지원대상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지금 대표님은 시설자금이 필요한 거지 개발자금이 필요하신 건 아니잖아요? 개발하실 것이 있으신가요?" " 아니요, 저는 시설자금 쪽으로 필요하고 기술개발 자금은 뭐죠? 그 뭐 개발 그런 거 할 건 지금 없고 저는 식품생산 라인구축을 하려고 하는 자금이 필요하거든요"라고 말하신다. " 그럼 더더욱이 잘못 안내를 받으신 거죠" " 대표님 그거 절대 하시면 안 돼요.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아....... 제가 진짜 급해서 벤처인증은 꼭 나와야 하거든요...라고 하신다"
" 죄송해요 대표님제가 가능하면 제가 그것만 딱 필요한 부분 해드리겠는데,지금 절대 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 만일 그 회사에서 벤처기업 인증을 진짜로 자기들 말대로 1달 안에 내준다고 하면 거긴 진짜 능력 있는 회사이고 저는 능력이 없는 회사입니다"라고 말해버렸다.
" 아 죄송한데, 제가 지금 정리가 안 돼서... 그럼 지금 대표님 말씀은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죠?"라고 다시 미련을 가지고 물어보신다. 큰일이다. 아직 미련이 있으신가 보다. 이러면 당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서 눈딱 감고 말했다. " 대표님.. 제가 그냥 까놓고 말씀드릴게요... 만일 거기랑 계약을 하셔서 제안받은 대로 믿으시잖아요?? 그러면 대표님은 죄송하지만 "호구" 잡히시는 거예요.라고 말해버렸다.
그때서야 한참 정적이 흐른다.
이후에 답이 들려온다 " 아. 네. 정신이 바짝 드네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 긴 상담 감사드립니다"라고 하고 전화는 마무리되었다.
바로 대표님께 전화를 드렸다. 내가 대표님의 지인분께 이런 말을 했다고 다 설명드렸다.
대표님은 잘했다고 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셨다. 이후 며칠 뒤 또 전화가 오신다.
그 기업의 대표님이 나와 전화 상담을 하고 나서 그 "뭐든지 다해준다는 회사"에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지금 당장 당신 회사 통장으로 10억 보낼 테니까 이달까지 벤처인증서 해주고 알앤디도 10억 1년 안에 타주고, 5년 납부금액이 1억 8천이니까 미리 일시납 하겠다"라고 말이다.
그러니 그쪽에서 "그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기업의 대표님이 " 다시는 전화하지 마라고 하고" 그 "무엇이든 해주겠다"의 기업과는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시면서 자신의 주변에 지인이 피해를 입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인사전화 주셨다.
너무 감사한 분이다.나를 믿어주시니 말이다. 아마 이 기업 대표님이 연예인이었으면 나는 이분의 팬이었을지도 모르겠다.이 기업의 대표님은 나를 "만능 박사"로 대해주신다.
아직은 많이 모자란 나이지만, 이런 나를 자책할 때 조금 더 나아가고자 하지만 지칠 때 이 기업의 대표님을 생각하면 힘이 쏟아 난다. 난 그렇게 살고 있고,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을, 위업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표님 TOP5를 뽑아봤다.
아주 긴 이야기이지만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좋은 기억을, 감사함을 선물해 주신 기업대표님들에게 너무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