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친구가 한참 부탁한다. 미팅 좀 가달라고 말이다.
미팅? 무슨 미팅?
지금은 기업과의 미팅도 미팅이고 남녀 간의 미팅도 미팅이란 걸 알지만 그땐 그저 아무 생각 없었다.
이상하게도 남자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기억이다.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놀아서 그런지 이성에 관한 관심이 꽤나 낮다.
그런 나에게 친구가 매일같이 말한다.
"딱 한 번만" " 아 진짜 한 번만"이라고 말이다.
매우 귀찮다.... 무슨 미팅이란 말인가...
난 안다. 내가 차갑게 생겼다는 것을.
고등학교 들어서 차갑다,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난 그런 내가 꽤 멋졌다 ㅎㅎ
난 그냥 평온한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화난 줄 알고 아이들이 물어본다.
"너 무슨 일 있어?"" 화난 거 아니지?"라고 말이다.
참 그 질문들이 귀찮고 또 귀찮았다.
"응 화 안 났어. 제발 그만 좀 물어봐, 나 원래 이래"라고 말하고 엎어져 자기 바빴다.
말했지만 학교 생활에 나는 관심이 크게 없었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 데이, 화이트 데이, 무슨 데이 무슨 데이... 애들은 난리도 아닌데, 난 관심 없다.
무슨 데이 때마다 내 책상 위에는 사탕, 초콜릿, 빼빼로 들이 많이 올라가 있었다.
그걸 가방 안에 담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난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하나 까먹으면 "웅성웅성"댄다. 난 그런 관심이 꽤나 부담스러웠나 보다.
첨으로 느낀 적은 있다 " 젠쟝, 왜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거야"
" 난 남자들한테는 인기가 없나 보네" " 뭐 됐어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뭐 좋은 거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같은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없던나.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나를 좋아 해준 기억이다.
맨날 학교 갈 때 생각한다.
"아... 집에 가고 싶다..." 학교 도착해서 또 생각한다 " 아...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갈 때쯤 생각한다 " 아... 집에 가기 싫어" 한마디로 앞뒤가 안 맞는 여고생이다.
친구들은 매일 힘들어했다. 그때 난 돈가스에 꽂혀있었다. 마치면 항상 돈가스를 먹어야 한다.
친구들이 매일 물었다 "오늘도 돈가스야?"라고 말이다.
"응 오늘도 돈가스 고고!"라고 외쳐댔다. 친구들이 거의 한 달 넘게 매일 학교를 마치면 돈가스를 먹었다.
내고집은 못 꺾는 걸 아는 것도 있지만 나를 많이 배려해 준 것 같다. 돈가스가 잊혀갈 무렵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 야. 돈가스만 먹어서 입에서 돼지 냄새가 난다. 꿈에서도 돼지가 나와"라고 말이다.
우습게 소리다. 그럼 난 "야 되지꿈 좋은 거잖아? 돈가스 콜?"이라고 말했었다.
난 어릴 때부터 한 가지에 꼽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음식이든 뭐든 말이다. 아직도 그러고 살고 있다.
이런 짤막 짤막한 기억도 중간중간 있다.
아무튼 중요한 건 미팅이다. 이놈의 미팅.... 친구가 간절히도 부탁을 한다. 하... 진짜 미팅 가기 싫은데...
그때는 휴대폰이라고 할 것이 없었고, 삐삐? 에서 이제 막 탈출할? 그럴 시기였었다.
아무튼 친구가 다 자리를 마련해 놨다고 이야기한다. 상대남자아이에게 미팅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멋대로 약속을 잡고, 나를 꼬시는 거다.
"고등학교시절" 나와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의 애타는 그 부탁을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내가 인기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어떤 남학생이 한참 나를 쳐다본다. 난 그때 한참 mp3로 "소찬휘"의 노래를 매번 재생해서 들었다.
이어폰을 끼고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한 곳에서 자꾸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슬쩍 쳐다봤다.
남자아이는 획 하고 고개를 돌린다. 속으로 욕했다. "뭐야 저 새끼는... 변탠가?"라고 말이다.
할 말이 있으면 하면 되지 왜 자꾸 보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라고 생각도 했다.
버스를 내리니 남학생이 따라온다. 뭐 같은 방향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집에 들어가기 300M도 안 남았다. "저기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 생각 없이 뒤를 휙 하고 돌아봤다 " 네?"라고 물었다. 남자아이가 뒷걸음을 친다.
"아니 그렇게 째려볼 건 없고요....."라고 소심하게 말한다. "아니 내가 언제...."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남자아이가 눈을 질끈 감고 말한다 " 전화번호 좀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
"전화번호요? 집번호? "라고 물었다. 그때 남자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알려주기 싫으면 됐어요. 죄송합니다"
내 얼굴을 보고 무서웠나 보다. 이런젠쟝.... 용기도 없네.. 휴대폰이라고 말했으면 될걸. 하긴 말해도 없는 번호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오해한 거다. 난 째려본 적도 없고, 핸드폰이 없었을 뿐인데,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집에 가니 엄마가 " 너 또 어떤 남자애가 너 따라왔지?"라고... 엄마는 귀신인 거 같다.
또? 어떤 남자애? 엄마가 본 아이들만 몇 명이 되나 보다. 난 미처 몰랐다.
꽤나 내가 그래도 괜찮았나 보다.라고 혼자 씩 하고 웃었다. 그러니 엄마가 말한다 "뭐가 좋다고 웃어"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라고 다그쳤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ㅋㅋ
나는 친구의 미팅 권유를 허락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인기가 없으면 어쩌나. 친구가 괜히 욕먹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난 스스로 못생기지 않음은 알고 있었다. 다만, 내 말투와 내 성격 그리고 퉁명스러움과 분위기가 인기꽝일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 있게 미팅을 허락하다"
일단 친구에게 알겠다고 했다. 장소와 시간을 친구가 일러준다.
흠... 화장이라도 좀 하고 가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귀찮기도 했다. 그럼 옷이라도 이쁘게 입고 가야 하나... 생각했다.
아무튼 난 무조건 마치면 집에 가서 다 씻고 다시 옷을 입더라도 집에 가서 다시 준비한다.
친구와의 약속 후 빠르게 집에 가서 씻고 파우더를 바르고 립글로스를 바르고 나름대로 깔끔한 차림으로 나섰다. 어김없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말이다.
한껏 나름대로 꾸몄다. 주변사람들이 쳐다본다. 그 시선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내가 봐도 내가 이뻐 보였다. 참으로 재수 없지만 나 스스로 난 그렇게 생각했다.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때만 해도 부산지하철은 1호선 아니면 2호선이 전부였다.
내가 가는 곳은 부산의 메카 "남포동"이다!
남포동은 매일매일 갔던 기억이다. 다니다 보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무슨 영화"친구"도 아니고 내가 조폭도 아닌데, 아이들은 나를 보면 쪼르르 달려와서 "00 선배죠? 안녕하세요 저는 몇 학년 몇 반 누구예요"라고 인사를 하고는 쌩하고 가버린다. 무척이나 친구들이 신기해했다.
뭐 나도 신기했으니 말이다.
"응 그래 반가워~ 잘 놀다가 일찍 일찍 들어가고!"라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면 "꺅꺅"대는 병아리 소리들이 남포동 시내를 울려댔다. "아오... 쪽팔려....." 내 속맘이다. 왠지 몰라도 그랬다.
지하철을 타고 일찍 온다고 했어도 늦었다.
10분? 아니 20분? 30분? 그 이상 늦은 기억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 아. 망했다. 친구가 엄청 화가 났겠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잘됐다. 안 그래도 미팅하기 싫었는데"라고도 생각했다.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맛있는 거 쏘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친구가 나를 찾는 게 보인다. 거의 다 계단을 올랐을 때였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너 때문에 쟤 간다고 난리도 아니고 나한테 두고 보자고 짜증 내고 난리였어!"라고 말한다, "그래? 그럼 그냥 가라고 하지 왜 기다렸데?"라고 퉁명스럽게 또 말해버렸다.
뚜벅뚜벅 친구와 함께 그 남학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안녕하세요. 제가 많이 늦어서 제 친구한테 화를 엄청 낸 거로 아는데 이만 해어질까요?"라고 해버렸다.
남자아이가 " 아. 제가 언제 화를 내요 아니에요.. 야. 내가 언제 그랬어! 우리 뭐 먹으러 갈까요?"라고 상냥하게 말한다.
뭐지... 1도 없는 이 감정은... 남자아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얼굴도 하얗지 않고 키도 너무 크고 아무튼 별로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무척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내비 위를 맞춰준다. 나중에 친구가 슬쩍 나를 화장실로 부른다.
"야. 00 이가 너 맘에 든대. 늦어서 겁나 짜증 났었는데, 이뻐서 봐준단다~ 너 덕분에 살았다"라고 말이다.
"그래? 근데 난 쟤 별로야"라고 말해버렸다.
친구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 야~~~ 내 얼굴 봐서라도 며칠만 만나주면 안 돼?"라고 떼를 쓴다.
"아오 가시나. 진짜 알겠어"라고 의리를 택했다.
이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나야 할 것 같다.
이 남자아이와 나는 일주일을 썸을 탔다. 지금으로 치면 썸이었던 것 같다.
근데 일방통행이었나 보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난 내 집의 전화번호를 준 적이 없다.
그 남자아이는 자기의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그러면서 뜬금없는 사생활 고백을 한다.
"사실은 우리 아빠가 건달이거든... 아빠가 부산에 00 조직에 부두목인데 나는 아빠처럼은 안 살 거야"라고 말이다. 조폭? 건달? 부두목? 뭐야 이거..라고만 생각했다.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그래?라고 무심코 말하고 "근데 나 너네 집에 있는 게 좀 불편한데 나가자"라고 말했다. 남자아이는 "잠시만"이라고 하면서 뭐를 후다닥 챙긴다.
챙기고 나서 나를 주차장인근으로 불렀다.
가보니 그렌져가 있었다. 검은색이다. "내가 데려다줄게 "라고 개소리를 한다.
"야. 미친 거 아냐? 네가 무슨 운전을 한다는 거야?" " 죽고 싶어?"라고 말해버렸다.
무작정 나를 구겨 넣었다. 그렇게 나는 반 강제로 차량에 탑승했다.
"차에 타자마자 그 남자아이가 나한테 다가오더니 안전벨트를 매 준다"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어디서 본거는 있어가지고"라고 생각하면서 있는 힘껏 차문 손잡이를 잡았다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꼭 잡았다. 아마도 이때 살고 싶었나 보다.
"그럼 출발할게 "라고 하더니 100미터도 못 가서 차가 섰다 갔다를 반복한다.
"아오 미친놈. 야 꼴값 떨지 마 토나와" " 너 이러면 너네 아빠랑 뭐가 달라? "라고 상처 주는 말을 해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 잘못했어"라고 남자아이가 차에서 내려서 나를 잡는다.
"야 놔" " 손 안 놔?" " 꺼져"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라고 쿨하게 떠났다.
이때 나는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일 당장 학교에 가서 친구한테 지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한테 오만 쌍욕을 다하면서 짜증을 냈다.
친구는 엄청 미안해하면서 " 미안 미안"" 나도 걔가 그런 애인줄 몰랐어"라고 말했다.
어쩌겠는가.... 친구가 몰랐다는데.... 그냥저냥 넘어갔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된 줄 알았다.
3일째 되는 날 엄마가 새벽에 부른다.
그때 시간이 새벽 3 시정 도였던 거 같다.
집으로 자꾸 어떤 남자아이가 전화 와서 나를 바꿔달라고 한다고 한다.
"얘 이렇게 늦은 시간에 00 이를 왜 찾아?" " 너네 부모님도 아시니?"라고 엄마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00이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안 만나 줘요" " 안 만나 주면 저 죽어버릴 거예요" "아니면 제가 집에 가서 불 질러버리고 다 같이 죽어 버릴 거예요"라고 엄마에게 협박을 했다.
엄마가 놀라 자빠질 일이다.
"이놈의 가시나 도대체 밖에서 뭐 하고 다니는 거야"라고 엄청 새벽에 자다 말고 혼났다.
아빠는 한마디도 없다. "아. 미치겠네,. 나 아무것도 안 했어. 자기 혼자 저러는 거야"
라고 하고는 아빠가 보는 앞에서 전화를 했다. " 야! 너 돌았어? 너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그만해"
"내가 말했지? 나 너 싫다고. 싫다는데 왜 이래 정말"이라고 하면서 끊었다.
아빠랑 엄마는 내가 어이없나 보다.
난 한참을 혼났고 그렇게 아침은 밝았다. 개 피곤.... 이때부터 나는 미팅을 단 한 번도 학창 시절 하지 않았다.
첫 미팅에 강력한 기억과 어마어마한 사건에 휘말리게 될뻔한 기억. 충격 그 잡채다. 아오 정말....
그나저나 걔는 잘 사나 모르겠다. 좋은 여자 만나서 착하게 살았으면 좋으련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여자친구는 온니 원! 나의 소울 메이트 한명 뿐이다.이 친구는 내가 슬플때 더 슬퍼하고 내가 기쁠때 더 기뻐하고, 내가 힘들때 자신보다 더 힘들어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말을 믿어준다.
진정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내 소중한 친구! 난 친구는 이 친구 한명으로도 모든걸 얻은것 같이 좋다
그리고 언니들이 나를 좋아 해준다. 여전히 여자동생들은 많다. 그리고 동갑내기 남자사람 친구들이 많다.
난 그렇게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