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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Sep 22.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28. 닮고 싶은 인생선배

 요즘은 나이 차이와 관계없이 함께 어울려 운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운동하다 보면 제일 연장자를 ‘큰 형님’이나 ‘왕언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큰 형님’이나 ‘왕언니’ 위치에 서 있는 분들은 더욱더 열심히 운동을 하시게 된다고 합니다. 아래 연령대의 분들이 ‘아, 저 연세의 분도 저렇게 젊게 생활하고 노력하시는데, 나도 분발해야겠다’ 하면서 자신을 본보기로 삼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자신을 지켜보는 후배들의 눈 때문에라도, 게으름을 부리거나 대충 하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가 없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하긴 인생선배가 돼서 손아래 사람들한테 본보기가 돼야지, ‘나이 들면 저렇게 되나 봐’ 하는 식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면 곤란하겠지요. 특히 ‘나는 나이 들어서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예가 되면 큰일입니다. 실제 주변을 돌아보면 롤모델로 닮고 싶은 선배가 있는가 하면, '저 선배는 여태 저 모양이야' 하면서 지탄받는 분도 계십니다. 심지어 험담을 하면서 행여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처럼 될까 봐 걱정하게 되는 대상도 있습니다. 만약 그 대상이 나라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섬뜩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나보다 젊은 사람과 함께 운동을 하면 여러모로 좋은 자극이 됩니다. 더욱이 요즘은 함께 운동하는 모임에서 각자의 정확한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해요. 정확한 나이를 알게 되면 왠지 모르게 나이 따라 서열이 생기게 될 수 있고, 또 행여 나이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이, 함께 어울려서 평등하게 운동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똑같이 열심히 운동하는데, 나이 든 사람에 대한 배려랍시고 ‘나이 드셔서 힘드실 텐데 좀 쉬세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건 어쩌면 당사자에게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주는 실례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젊은 사람들에게도 나이 든 사람과 함께 운동하는 게 왠지 부담스럽고 마음 불편한 일로 여겨질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러니 굳이 나이를 밝혀서 나이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으로 자신을 판단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그리고 나이로 대접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아마 어느 자리에서든 나이로 대접받으려고 하는 분은 '왕따'가 되기 쉬울 겁니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지갑을 열고, 배려를 해야 후배들이 같이 어울리고 싶어 한다고 해요. 여기에 더해 이른바 말이 통하는 선배가 돼야겠지요.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만 고집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다면, 후배들이 인사를 하고 차는 얻어먹어도, 말을 섞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은퇴 후 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는 게 참 중요한데, 그러자면 명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문득 나이 들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부터도 '나이 들어 잘 사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나이가 벼슬도 아니지만, 나이가 잘못도 아닌데, 먼저 인사하고, 먼저 지갑을 열려고 하고, 새로운 것도 배워야 하고.. 이러니 마치 ‘야자타임’할 때처럼 나이 드는 게 손해 보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위 ‘잘 익어가는 인생’을 사는 분들은 나이 들수록 언행이 참 조심스럽다는 말씀을 하세요. 이 사회를 먼저 살아본 ‘선배시민’으로서 책임감 있게 처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선배시민’은 요즘 시니어를 뜻하는 새로운 호칭입니다. ‘선배시민’은 인생의 선배로서 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또 지역사회 공동체에 참여해서 도움을 주면서, 나이 들어서도 자아를 실현하는 분들을 뜻합니다. 스스로 적극적인 삶의 주인이 돼서, 그를 통해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도 누리고, 또 후배시민들에게 도움도 주고, 국가안정과 발전에도 기여하는 시민을 뜻하는 거지요. 혹여 젊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나이 든 분들에 대한 호칭을 굳이 새롭게 ‘선배시민’이라고 할 게 뭐 있나? 호칭이 달라져도 나이 든 사람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늙으면 다 그냥 노인이 되는 거 아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호칭이 달라지면 이미지와 역할 등 모든 게 달라집니다.      

 

 가령 딸이나 아들이라고 할 때 드는 생각과 느낌, 이미지는, 며느리나 사위라고 할 때 드는 생각과 느낌, 이미지와 많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요즘 잘 나이 들어가는 시니어들은, 자칫 이기적이고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짐이 되는 시니어로 자신도 뭉뚱그려질까 봐 ‘선배시민’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반가워하십니다.

     

 ‘나이 들면 다 노인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보세요. ‘나이 들면 다 노인이 되는 그런 노인’을 닮고 싶은지, 지금껏 말씀드린 ‘선배시민’을 닮고 싶은지요. 어떠세요? 나와 연관시켜 생각하니까 다르게 생각되지요?     


 호칭에 이어 나이 들어 제일 듣기 좋은 말이 어떤 말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여전히 젊어 보이고 아름다우시네요” 또는 “와, 아직도 현역이시군요” 이런 말일까요? 물론 그 말도 듣기 좋은 말이긴 하지만, 인생선배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찬사는 따로 있습니다. 인생선배들이 젊은 사람들한테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은 “저도 선생님처럼 나이 들고 싶어요.”, “선생님은 제 롤모델이세요. 선생님을 닮고 싶어요” 이런 말입니다. 그 말은 인생선배로 하여금 ‘내가 세상을 잘 살아왔구나’하는 만족과 자긍심을 느끼게 만들어 주거든요. 쉬운 예로 자식들이 부모가 롤모델이라고 하면서, 부모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하면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반대로 자식들이 절대로 부모처럼은 살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부모처럼 나이 들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얼마나 살아온 세월이 허망하게 느껴지겠어요?     


 청년들, 소위 MZ 세대는 지금의 시니어들을 보면서 자신의 먼 미래의 모습을 그려갈 겁니다. 지금 중년이상 되신 분들은 지금 내 모습이 예전에 내가 닮고 싶어 하던 인생선배의 모습이 되고 있는지, 또 젊은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마음속 거울을 꺼내 한 번 비춰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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