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재현한 어두운 역사와 망각하고 싶은 진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시리즈 «창작의 순간-예술가의 작업실»중 하나이다. 과학, 철학, 신화, 문학, 시에서 영감을 얻고 역사가 준 외상을 비전통적인 회화 기법으로 표현해 온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작품을 영상으로 보고 그의 생각을 듣는다.
뉴저먼(New German) 시네마 운동의 대표 감독 중 한 명인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독일의 현대 미술가 안젤름 키퍼의 작품을 3D와 6K로 촬영하였다. 감독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파리 텍사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주제와 맞닿도록 예술성이 강한 색채로,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연출하였다 (속삭이는 듯한 내레이션, 배우의 등장 등). 이 영화는 3D로 제작되었기에 작품이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입체적이다. 특히 작가가 기억의 층위, 사건의 무거움를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한 물감의 두꺼운 마티에르를 볼 떄는 마치 텍스쳐를 눈앞에서 만져볼 수 있을 듯이 생생했다.
* 안젤름 키퍼의 작품 클로즈업, 물감의 질감과 입체감
영화는 소년의 등장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며 현재의 시점과 교차 편집하면서 진행한다. 빔 벤더스 감독은 픽션 같은 다큐멘터리를 추구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건조한 형식을 벗어난다. 작품마다 실험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감독이 택한 표현 방식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Inselm>, 공식 트레일러
작품의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관점을 떠나서 그의 관심은 예술을 통한 사회적인 환기와 치유다. 망각된 이름을 상기시키고 역사적 외상을 드러낸다. 독일인으로서 그의 주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시대와 홀로코스트로 인한 희생이다. 어두운 과거를 작품을 통해 상기시키며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하는 심리를 뒤흔든다. 끊임없이 마주하는 민족적 트라우마를 보며 죄책감과 애도를 넘어서 성찰과 화해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안젤름 키퍼가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시인이다. 파울 첼란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며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개인사가 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고통을 서정시 형식을 빌려 극한의 상징적 시어를 사용하여 인간의 고통과 기억을 재구성하려는 언어적 작업을 시도했다. 브레멘 문학상(1958년), 뷔히너 문학상(1960년)을 받았다.
아래의 시는 안젤름 키퍼에게 커다란 충격과 울림을 준 작품의 일부다. 키퍼는 이 시에 등장하는 단어들로 30여 점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대표작은 <마르가레테>이다.
<죽음의 푸가>, 1944 _ 일부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점심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한 남자가 집ᅠ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로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그는 그걸 쓰고는 집ᅠ밖으로 나오고 별들이 번득이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사냥개들을 불러낸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유대인들을 불러낸다. 땅에 무덤ᅠ하나를 파게 한다.
그가 우리들에게 명령한다. 이제 무도곡을 연주하라
* 이 시에서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시는 것은 매일매일 학살당하는 유대인을 묻는 행위이다.
* <마르가레테 Margarete>, 1981
린넨에 에멀젼과 젤라틴 실버 프린트, 밀짚, 110 × 157cm, Saatchi Collection
밀짚으로 붙인 것은 아리아인(독일) 여성의 금빛 머리카락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초기에 독일 내 언론 매체의 심한 공격을 받았다. 불편한 마음이 대상을 찾은 것이다.
안젤름 키퍼는 짚, 재, 흙, 깨진 유리, 마른 식물, 납과 같은 재료로 폐허를 상징해 왔다. 파괴와 창조의 순환은 그가 지속적으로 풀어내는 주제 중 하나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은 변화한다고 말하는데 시간과 날씨는 또 다른 요소다. 그가 외부 환경에 노출한 회화 속의 재료들은 변색하고 풍화한다.
몇십 년간 사용해 온 납의 경우, 키퍼는 그 안에 서사가 있다고 말한다. 납은 예로부터 연금술에서 중요한 물질로 여겨졌다. 작가는 납의 무게감으로 기억과 사건의 무거움을 표현했고, 쉽게 변형되고 산화하는 납의 특성으로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 지속성(내구성)을 통하여 시대를 초월하는 기억과 지속되는 집단 정체성을 은유했다. 납은 한편으론 유해한 물질이다.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위험성과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함축한다.
* 내 그림은 변한다
스케일은 무겁고 크며, 색감은 어둡고, 질감은 거칠고, 여러 겹의 은유로 가득찬 그의 작품은 보통의 미술관에서는 보기 힘들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설치 장소로 분류하여 다수를 소개한다.
거대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전거로 누비고 다니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 남부의 외곽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대한 소개는 한국 언론 첫 인터뷰 기사로 대신한다.
그의 작품은 상징적인 장소에서 군중의 시선을 끌며 오늘도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피렌체의 팔라조 스트로치(Palazzo Strozzi, 르네상스 궁전)에서 열린 전시회, 중정에 전시한 대형 작품, 2024
*Uraeus, 공공장소 설치 미술, 록펠러센터, 뉴욕, 2017–18
안젤름 키퍼 on words, poem and other painters
- 긴 영상입니다. 영어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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