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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by 심심한 소녀



학교 가는 길에 새파랗게 웃는 하늘을 만났다.

싱그러운 잎사귀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참 예쁘구나 생각하다가, 우르르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부서져 내린다.


아이들이 뛰노는 방향으로 등 뒤에서 저항 없이 덜그럭거리던 책가방이 작은 진동이 되었다가 결국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아침을 햇살을 닮은 얼굴로 힘껏 화답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보다 조금 더 오래 아침을 만나왔던 나보다 훨씬 더 어른이구나 생각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빛을 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면

나도 누군가에게 햇살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햇빛이 가득 드는 따뜻한 볕에

누군가 나를 심어줬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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