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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원 Sep 18. 2024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듯

두 번째 MBSR (마음챙김 명상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심화반 모임이 있었다. 오늘은 명상 중에 생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에 빠져 살기 쉬운 평상시와 달리, 명상 중에는 생각을 인식의 장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으로 보고 내버려 두거나 놓아버리라는 지침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혼란이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생각을 억누르거나 없애버리려는 태도를 갖게 되기 쉽다. 이러한 접근은 다소 경직되고 긴장되어서 자연스러운 이완을 방해할 수 있다. 


내가 즐겨 쓰는 은유는 하늘의 구름을 보듯 생각을 관찰하라는 것이다. 함께 상상해 보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있는가? 구름을 관찰해 보면, 모양을 바꿔가며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정되어 한 자리에 붙박이로 있는 구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그렇게 지각되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은 일어났다 사라진다. 그런데 왜 우리는 때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고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밤잠을 설치게도 되는가? 한마디로 생각에 붙들려있는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하늘의 구름을 관찰할 때 우리는 구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없는 듯 억누르거나 어서 빨리 제거해 버리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 곳을 응시하면서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을 명상에 적용하면,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난 것을 인식하고서 내버려 둔다. 어떤 때는 쉽게 놓아버릴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매우 끈덕지게 들러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다만 관찰하고 느낀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이다.  


우리는 생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편안하면서도 깨어있는 상태에서 생각의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있는가? 아니면 생각이 나라고 믿으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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