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에서 상담 일이 힘들지 않은지 물으신다. 삶이 녹록지 않은데, 남의 이야기까지 들어주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염려 내지는 궁금해하시는 듯하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으니, 내가 하는 일도 예외는 아니리라.
그렇지만 사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재미있다.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남을 가질 때, 아마도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리라. 그러면서 신뢰가 생기게 되면 상대가 나를 판단할 거란 두려움에서 조금은 놓여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존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좋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관계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열려 있을 때, 물리적으로 몸만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있을 때, 아무리 어려운 삶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중요한 이들과의 관계에서 온전한 주의를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을 알 수 있다. 어떤 대학생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아버지가 물리적으로는 함께였지만 심리적으로는 늘 다른 곳에 있었다고 한다. 이럴 때 아이들은 자신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다. 역으로 중요한 이들과의 관계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않으면서 불만족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배우자가 원하는 관심을 주지 않거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어서 빨리 해치워야 하는 귀찮은 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 앞에 있는 존재에게 마음을 온전히 줄 수 없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과거의 일이나 감정에서 헤어나기 어렵거나,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어 마음을 놓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지금 이 순간보다 무언가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담자와의 관계 맺음을 약속(commitment)으로 여긴다. 그래서 무척 주의집중을 하게 되고 깊이 들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가끔 딴생각을 하게 되면, 여지없이 내담자의 말을 놓치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속적으로 내 마음을 닦아야 함을 되새기게 되는 순간이다. 열린 마음으로 하는 주의집중 자체는 치유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받는 사람에게도 주는 사람에게도.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거나 문제해결을 하려고 할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그래서 주변의 생각보다 내게 흥미롭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