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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Dec 18. 2024

겨울 무섬다리에서

울 무섬다리에서 / 허진년


섣달 오후는

기다림의 끝이고 시작이다


바람 벽을 뚫고 선 강둑에서

봄꽃으로 돌아온다던 강물은

여전히 차갑고 맑은데

나무는 나무이고 강물은 강물이고

하늘은 하늘이다

모두가 공존으로 있다


떠남에 익숙한 무섬다리 건너편에

잠들지 않은 해우당 용마루에서 부터

만죽재 대청마루까지

은백색 모래만 반짝거린다


경계선 너머 불이문 이편에서

키 낮은 겨울풀잎이 들뜬 목소리로

하얗게 비명지르며 안달하여도

외나무다리는 외롭지 않다


혼자서는 타인이 되지 못하는 것을

사라지는 시간을 알고 있기에


* 무섬다리 :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외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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