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의 닥터 히루루크, 내가 죽어도 내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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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의 애니매이션에 귀여운 마스코트 '쵸파'의 스토리에서 그에게 유일한 가족이 되어주었고 아빠가 되어주었던 '닥터 히루루크'의 명대사이다.
겨울의 나라 드럼왕국은 의사로 굉장히 유명했지만, 국왕이 왕궁의사만을 고집하여 나라의 의사가 사라진 상태였다. 돌팔이지만 의사였던 닥터 히루루크는 왕국의 기사들에게 쫒겨가며 어떻게든 사람을 살리고자 했었다.
그러다가 쓰러진 괴물을 만난다.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악마의 열매'를 먹은 푸른코 순록은 무리와 어미에게도 버려진 채로 사람의 모습으로 마을에 다가갔지만, 괴물이라며 총을 맞고 도망친다.
어린 사슴은 순록에게서도, 사람에게서도 환영은 커녕 총구를 들이대고 뿔로 날려버리는 처참한 폭력을 당하며 상처만을 잔뜩 입게 되는데, 이때 닥터 히루루크와 만나게 되고 최선을 다해서 다친 사람도 아닌 순록도 아닌 그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히루루크에게 마음을 연다.
히루루크는 그에게 '초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들과 아빠처럼 챙겨주며 유대를 쌓아나가고,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르치며 돌보아주며,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정을 초파에게 깊게 알려준다.
파란코를 가졌기 때문에 무리에서 쫒겨나고, 사람같이 생겼지만 사람과는 달라서 사람에게 총을 맞으며 쫒겨나던 초파에게는 그 누구보다 의지할 수 있는 부모이자 구원자였을 것이다.
"이 나라는 병에 걸렸다. 그러나 그 병도 고칠 수 있다!"
죽어가던 몸을 치료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게된 벗꽃은 기적같이 그를 치료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이 나라에 그 꽃을 피워보겠다며 저 대사를 읊는다.
병에걸린 나라, 이상주의자 의사 그 무엇도 정상은 없어보이지만 희망을 꿈꾸는 모습에서, 이 병든 나라를 고쳐내겠다는 마음에서 깊은 울림이 온다.
"해적 깃발이 상징하는 것은 무서운 게 아니야. 해적 깃발은 의지, 신념,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상징해!"
방에 해적 깃발을 걸어놓고 자신의 신념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굳힌 히루루크, 해적깃발은 좋은거냐는 초파의 물음에 저렇게 대답해주었다.
그 결과 말도안되는 오해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우연히 유일하게 남은 명의사 닥터 쿠레하로 부터 히루루크가 시한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초파는
목숨을 걸고 히루루크를 구하기 위해 책에서 본 해골모양이 표시된 버섯을 따러 다녀온다
당시에 의학지식이 부족하던 초파는, 해적모양과 같은 저 버섯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안 히루루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초파를 안아주면서 '너도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며 말해준다.
그리고 그 버섯으로 스프를 만들어 히루루크는 먹는다.
하지만, 그 독버섯은 맹독성 버섯이였다.
먹으면 반나절도 안되서 죽음에 이르는 버섯이였고 이걸 모르고 있던 초파는 갑자기 찾아온 쿠레하에게 얻어맞고 "착해서는 아무도 구할 수 없다" 라며 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의학을 공부하라고
그리고 같은 시각, 쿠레하가 찾아온 진짜 이유, 함정에 빠지러 가는 그를 말리러 온 것이다
국왕이 위험한데 의사가 없다는 뻔한 거짓말로 히루루크는 국왕성에 찾아간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을 목숨, 국왕성에 도착하여 함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오히려 통쾌한 얼굴로
다행이라는 듯 말을 이어가며 웃어보인다.
정말 거짓말이라 다행이라는 듯 웃어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너무나 많은 감정이 느껴진다.
어릴때 이 장면을 보며 정말 신념에 대해 엄청난 감명을 받았전 것 같다.
이 왕국의 기사로써 왕의 명령을 받고 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길과 너무 달랐던 자에게도
독약인줄 모르고 버섯을 목숨을 구해 가지고 온 자에게도
히루루크는 끝까지 괜찮다고 한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듯 웃어보이며 아주 통쾌한 미소를 짓는 히루루크는 어떤 마음이였을까
쵸파가 준 독버섯을 먹고 12시간 안에 죽을 것을 예상했기에 더 다행이라 말 할 수 있었던것일까
그는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때, 불치병에 걸렸을때, 맹독스프를 마셨을때가 아닌 사람이 잊혀지는 순간 죽는다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컵에 따르기 시작한다.
이 대사가 단순히 정말 '잊혀지지 않는 훌륭한 삶'에 대한 말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내가 구구절절 이 내용에 대해 설명한 것은 다른 해석들도 해보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에게 잊혀지면 비로소 죽게된다는 말은,
마치 백성은 잃고 의사를 독점하여 죽어가게 하는 드럼왕국의 국왕
희망을 잃으면 그 어떤 병이든 결국 병에게 먹혀 죽을 수 밖에 없는 약한 마음
왕국의 압박으로 죽어가는 백성들을 버리고 나라를 탈출하거나 국왕아래로 들어가 백성들의 죽음은 잃은지 오래인 의사들,
그래서 자신이 왜 의사인지, 자신들이 어째서 의학을 배웠는지 잊어버린 의사들
이 모든것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닥터 히루루크는 지금 저 자리에서 죽겠지만, 그의 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초파가 있고, 희망을 바라는 백성들이 있고, 백성을 구하고 싶은 기사가있기 때문이다. 이 병든 나라를 구하겠다는 꿈은 그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각자의 방식은 달라도 겨울나라에 봄의 꽃을 피워 희망을 주겠다는 꿈도, 국왕의 폭정에서 백성을 구하고 싶어 하는 자의 꿈도 모두 말이다.
그러므로 그는 그 의미에서 히루루크는 자신을 보며 우는 왕국의 기사 달튼에게, 국왕 와포루게에 자신의 죽음으로 선전포고 한 것일지 모른다.
무언가를 컵에 따르고, 히루루크는 말한다.
'난 니가 준 버섯으로 죽지 않아'
그리고 정말 멋진 인생이라며 호탕하게 웃고 아주 개운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원샷을 때린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폭파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폭발하는 굉음과 퍼지는 연기는 마치..
그 모습이 마치 나중에 쵸파와 루피 일행이 드럼왕국을 떠날 때 피워진 기적같은 핑크빛 구름과 겹쳐보인다.
끝까지 초파가 목숨을 걸고 가지고 온 독버섯으로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 히루루크, 어짜피 국왕군에게 잡혔고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을것이니까
그렇지만 저 마지막 대사로 초파가 짊어지게될 죄책감에 대한 부담을 덜고싶어하는 엄청난 사랑의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다.
그렇게 초파가 닥터 쿠레하 아래에서 의술을 배우고 루피일행을 만나 결국 드럼왕국을 떠나면서 떠난 아버지 히루루크를 대신에 돌봐준 엄마같은 닥터 쿠레하
봐라! 닥터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어!
꽃은 아니지만, 높은 기둥같은 산 위에 왕성이 있는 드럼왕국에서, 닥터쿠레하는 떠나는 초파를 위해 사라지지 않은 꿈을 피워주었다. 핑크색깔 눈, 벌꽃나무처럼 핀 저 희망을 전국민이 보고, 초파가 보면서 초파는 자신의 원피스를 찾아 나서기 위해 떠난다.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 라는 꿈을 가지고
그가 죽어도 그의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 대사는 원피스 전체를 상징하고 있다. 골D로저가 죽었지만 그의 말 한마디로 바다에 나간 수많은 목숨들, 그 꿈은 20년이 지나도 이어지고 있는게 이 원피스 세계관이다.
원피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골D로저가 사실 그 유언을 남긴 이유가 원피스 세계관에서 '잃어버린 100년' 이라는 세계정부로 부터 완전히 파괴되고 숨겨진 그 날의 역사를 누군가가 찾아주고 왜곡한 것을 바로잡아주길 바래서 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골D로저는 시한부를 판정받고 어떤 계기로 사형당하기 위해 일부로 해군에 잡혔다. 그 계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풀리지 않았음, 그러나 자기 대신에 역사를 찾아줄 이들을 만들고 싶어서 유언을 '세상에 끝에 있는 보물을 어디한 번 찾아봐라' 라고 말 하여 추구기기 위해 잡혔다는게 대부분의 추측임)
그렇게 연결하면, 골D로저의 꿈은 거대한 세계정부가 최선을 다해 말살하고 지워야 했던 '잃어버린 공백의 100년'을 고대문자로 기록되어 있는 파괴되지 않는 돌 '포네그리프'를 통해 풀어가길 원했다는 것과 연결해서, 이 원피스라는 만화의 정체성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죽어도, 사람의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뉘앙스의 대사는 원피스 내내 종종 튀어나온다.
사람의 꿈, 나는 그 자체가 원피스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쯤 오면 원피스는 세계정부가 감춰준 엄청난 역사' 잃어버린 100년'에 관련된 내용일거라고 다들 추측은 하는데.. (포네그리프부터 고대병기랑 악마의 열매관련된거, 조이보이까지 걍 다 나왔으니 말이야~)
우리가 원피스를 보며 늘 하는 말이 죽기전에 원피스가 뭔지 꼭 보고 죽고싶다고 할 만큼 원피스의 정체가 궁금했었지만, 나이들고 보니 원피스는 각자의 꿈과 각자가 원피스가 숨겨진 라프텔로 가기 위해 얻은 가치있는 모든것들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 시대를 연 남자'에드워드 뉴게이트'편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문제가 생기거나 여지가 있을 시 댓글로 알려주시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