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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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라 불리는 여자가 있었다.
3남매의 장녀로, 아픈 막냇동생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음악선생이 되었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했다.
반짝반짝 빛나고 고운 목소리를 가졌던 어린아이
아빠가 사준 빨간 구두와 백화점 유원지에 세상을 다 가졌던 아이
평범하기만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라고 하는 대로 살았던 그녀는 예상치도 못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에서 늘 '나는 그날 정말 내 인생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몇 번을 이겨내고 또 몇 번이나 끝났다고 생각했을까
집에서 처음 가출했을 때? 데이트 폭행을 일삼던 소설가 애인이 눈앞에서 생을 마감했을 때? 돈을 빼돌리고 바람피운 기둥서방을 죽이고 감옥에 갔을 때? 끝까지 믿고 사랑하는 류의 출소를 기다렸는데 그가 본인을 버렸을 때? 아이들에게 맞아 공터에서 정말 죽어갈 때?
그녀는 과연 몇 번이나 자신의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그녀는 늘 최악의 상황도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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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꿈꾸며 도쿄로 상경했지만, 우울한 소리를 들으며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살던 마츠코의 조카 ‘쇼’. 인생의 가치란 무엇을 받느냐보다 무엇을 주는 게 아니겠냐며 해외봉사를 간다는 전화를 끝으로 집에 박혀 늦잠 자던 쇼에게 예정 없이 아버지가 찾아와 느닷없는 부탁을 한다. 얼떨결에 아버지의 부탁으로 존재 자체도 몰랐던 마츠코 고모의 사후 정리를 맡게 되면서 그녀의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알아가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야동이나 보는 조카 ‘쇼’와 마츠코의 평범하지 않은 삶은 자연스럽게 대비되며 거무칙칙하고 탁한 쇼의 모습과 반대대는 마츠코의 밝고 신나는 장면들은 확 다른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그 어느 것이 좋아 보인다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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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츠코를 만나 그녀를 다시 찾던 예전 친구 메구미로 인해 마츠코의 많은 삶에 대해 또 알아가게 되는 쇼, 늘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던 마츠코와 다르게 쇼는 늘 엄청나게 대단하다며 마츠코의 삶에 희열을 느낀다. 그런 모습에서 남자니까, 남이니까 그럴 수 있을 것이고 또 자신과 다른 모습이라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마츠코에게도 저 한마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메구미에게 부고 소식을 알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쇼에게 그녀는 잊을 수 없는 말을 한다.
“누구나 어릴 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동화를 동경하지. 그러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백조가 되고 싶었는데 눈을 뜨면 새까만 까마귀가 되어 있다나 뭐라나. 오직 한 번뿐인,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인데, 이게 동화라면 너무 잔혹해.”
이 대사가 마츠코 그 자체를 관통하면서 모두를 관통하는 말이 아닌다 싶다.
쇼마저도 음악을 하고 꿈을 꾸며 도쿄에 상경했던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매년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본다. 매년 볼 때마다 보이고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늘 깊은 감명을 받는다. 매년 성장하고 상처받고 새로운 흉터가 생기면서 나는 이 영화를 보는 시각이 매년 달라졌음을 느낀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과 느껴지지 않던 감정이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나고 경쾌한 음악, 강렬한 미장센, 그리고 어딘가 B급 느낌이 풍기는 연출, 상황과 대비되는 강렬한 노래와 음악. 이 모든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B급이라고 평가한다면, 그 사람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보다 더 처절하고 간절하게, 그리고 완벽하지 못할 정도로 마츠코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동경하는 모습을 꿈꾸던 그때의 나에게 미안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지금의 내 모습은 그런 멋진 사람이 되지 못해 여덟 살의 나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다.
저 대사는 이 기억을 완벽하게 정확하게 건드리는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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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코는 그렇게 우리가 납득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지만, 단 한 번도 티클만큼도 마츠코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츠코는 늘 자신이 잡은 동화 줄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멀쩡한 동아줄을 잡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자신의 인생이 흘러가고, 그것마저도 행복해했던 것 같다.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고 결핍에 시달리는 그녀는 평범한 지옥보다 끔찍한 천국을 선택한 것 같다.
정작 매일 마츠코의 소식을 기다리며 일기를 쓰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가족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마츠코를 바랐던 아픈 여동생 '쿠미' , 남동생은 다신 연락하지 말럤지만 쿠미만은 마츠코가 잠시 돌아왔을 때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마츠코를 찾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말 마츠코를 그리워했던 것 같다
마츠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저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마츠코는 어째서 돌아가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게 고향의 강을 그리워하며, 그 강이 보이는 집에서 '혐오스러운 마츠코' 소리를 들어가며 세상과 단절되어 늘 그렇게 강만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마츠코는 왜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늘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적어대던 마츠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말 한마디에서 알 수 없지만 집으로, 고향으로,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원래 삶, 자신이 버린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이제 그렇게 싸우고 살기 위해 힘을 낼 수 없어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정작 그녀를 찾고 원하고 사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늦어버렸고 모두가 후회했지만 그 존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알았더라면 마츠코가 태어나서 죄송하다는 글을 적지 않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받아주지 않고, 찾아주지 않고, 결국은 버려버릴 것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늘 고향의 강을 그리워하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결국 고향과 가족들도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이고 버렸을 것이고 그 속에서 또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츠코가 죽고 나서야 마츠코의 우연히 병원에서 만나게 되어 쥐어준 명함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며 찾던 메구미는 그녀가 죽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출소했던 전 연인 '류'가 그녀에게 사죄하기 위해 찾다가 부고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다.
'류'는 음악선생이던 마츠코를 좋아하던 문제아였고, 마츠코가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하게 된 하나의 원흉이었다. 선택은 마츠코가 했지만 류가 큰 원인이라 해도 틀리진 않으니,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마츠코와 사랑에 빠지지만 돈을 횡령하여 수감되고 신을 믿게 되며 마츠코의 인생을 전부 자기가 망치게 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출소 후 마츠코를 보자마자 두려움에 도망가버렸다.
류를 처음 만날 당시 메구미와 지내면서, '다녀왔어'라고 말할 사람이 있는 메구미에게서 끝없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 같은 마츠코에서 류는 구원자이자, 야쿠자라도 평범한 삶을 꿈꾸게 하는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 류를 몇 년이나 출소하기 기다린 마츠코는 당연히 류의 마음도 모를 것이고, 이번에야 말로 버림받음에 있어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와 자기 파괴적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일로 아무도 믿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마음에 들이지 않기로 했던 마츠코
사랑받고 싶어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녀는 삶의 이류를 잃고 망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만 메구미와 류를 빨리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조카 쇼와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허약했던 동생 쿠미가 건강하게 언니를 찾아왔으면 어떗을까
제목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지만, 아무도 그녀를 혐오스럽다고 비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랑을 덜 주는 아버지를 비난하기도 어렵다.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딸 마츠코는 잘 자라고 있고, 아파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쿠미 덕에 늘 걱정만 가득했다. 아버지의 몫과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 그를 비난하기도 어렵다.
쇼의 아빠이자 마츠코의 동생은? 가족을 망가트렸다 생각하는 마츠코를 미워하고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고 선택이다. 그도 비난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쇼에게도 좋은 아빠는 되어주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그렇다면 아픈 동생 쿠미는?
걷지도 못하는 아픈 아이에게 우울하게 데이트 이야기는 왜 하냐는 아빠의 마음,
동생에게 밖에 있었던 일을 말하며 수다 떠는 언니,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불행하지만 언니를 너무 사랑해서 무엇이든 다 이해해 주는 쿠미
아빠의 일기장을 보면, 아빠도 마츠코를 무척 사랑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쿠미에게 가려지고 보이지 않았을 뿐, 그래서 마츠코는 늘 위험하지만 제대로 느껴지고 보이는 사랑을 추구했던 것일까?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랑에 결핍에 시달리며 상처받기보단, 보이고 명확하지만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랑을 알고 싶었던 것일까?
미칠 듯이 화려한 미장센, 마츠코의 엉뚱한 머릿속을 그려내는 B급 뮤지컬적인 연출은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이다. 그래서 느껴지는 처절한 비참함과 고통은 몇 배의 효과로 느껴지게 하니까
다만, 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쇼의 여자친구가 처음 말한 것처럼 남을 웃기고, 사랑하면서 모든 것을 내어주었기에 그 삶에 의미가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더 생각나는 마음과 느낌은 추가로 적어야겠다 :)
안쓰럽고 바보 같지만 대단했던 마츠코의 일생을 이렇게 풀어본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문제가 생기거나 여지가 있을 시 댓글로 알려주시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