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상황에서 도망쳐
드디어 벗어나 환희에 젖은 감정이
조금씩 말라갈 때 쯤
나는 아직도 지옥속에 있다는 걸 알았다
어째서 지옥속에 나왔음에도
또 지옥속에 있는가
세상이 나에게 이럴 수 없지 않는가
어떻게 빠져나온 지옥인데
많은 손을 뿌리치고 많은 감정을 죽여가면서
외면하는 눈길의 칼같은 아픔도
등뒤의 따가운 목소리도
전부 견디어 겨우 도망친 줄 알았는데
밝은 태양의 사랑을 받은
풍족하고 포근한 대지와
힘찬 파도소리가 들리는
하얀 등대 옆에 서있는데도
나는 아직 지옥에 있다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옥인게 아닌가
지옥은 나 그 자체 아니였겠는가
내 마음이 지옥이면
어딜가도 지옥이라고
그 어디든 지옥이 될것이라고
이제서야 그 말을 깨닫는다
이 지옥은 내 온몸에 붙어
나 그 자체가 되었으니
내가 벗어내야만 하는 것이라고
내 손과 발만이 할 수 있다고
구원은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머리에 화살처럼 꽂힌다
구원은 나 스스로가 해야만 한다
방 문턱만 넘어가면
지옥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열린 방문으로
그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한
지옥을 벗어날 순 없다
지옥에서 나와 그 방문을 닫는다
아무도 나의 지옥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같이 지옥에 빠질테니
그러니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해서
내가 내 지옥을 벗고
지옥을 바라보는 나의 눈꺼풀을 덮고
내 손으로 문을 박차고 나와야만 한다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해서
내 스스로 나를 구원해야만 한다
지옥을 입고 있었구나
맨몸이 될 지언정
지옥을 벗어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