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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Oct 14. 2024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하여

지옥같은 상황에서 도망쳐

드디어 벗어나 환희에 젖은 감정이

조금씩 말라갈 때 쯤

나는 아직도 지옥속에 있다는 걸 알았다


어째서 지옥속에 나왔음에도

또 지옥속에 있는가

세상이 나에게 이럴 수 없지 않는가

어떻게 빠져나온 지옥인데


많은 손을 뿌리치고 많은 감정을 죽여가면서

외면하는 눈길의 칼같은 아픔도

등뒤의 따가운 목소리도

전부 견디어 겨우 도망친 줄 알았는데


밝은 태양의 사랑을 받은 

풍족하고 포근한 대지와

힘찬 파도소리가 들리는

하얀 등대 옆에 서있는데도


나는 아직 지옥에 있다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옥인게 아닌가

지옥은 나 그 자체 아니였겠는가


내 마음이 지옥이면

어딜가도 지옥이라고 

그 어디든 지옥이 될것이라고

이제서야 그 말을 깨닫는다


이 지옥은 내 온몸에 붙어

나 그 자체가 되었으니

내가 벗어내야만 하는 것이라고

내 손과 발만이 할 수 있다고


구원은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머리에 화살처럼 꽂힌다

구원은 나 스스로가 해야만 한다


방 문턱만 넘어가면

지옥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열린 방문으로 

그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한

지옥을 벗어날 순 없다


지옥에서 나와 그 방문을 닫는다

아무도 나의 지옥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같이 지옥에 빠질테니


그러니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해서

내가 내 지옥을 벗고 

지옥을 바라보는 나의 눈꺼풀을 덮고

내 손으로 문을 박차고 나와야만 한다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해서

내 스스로 나를 구원해야만 한다


지옥을 입고 있었구나

맨몸이 될 지언정 

지옥을 벗어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지옥에서 구원받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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