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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Oct 11. 2024

응어리

삼키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니가 주는 독한 약을

목구멍 안으로 삼켰어


얼마나 쓰고 독하던지

속이 그렇게 쓰리고

웃어야 하는데 웃음도 안나더라


니가 주는거니까

나쁜건 아니니 좋은거라고 생각했고

날 해롭게 할거란 생각 안했지


달콤하기라도 했음 억울안해

니가 무엇을 주던간에

삼키고 말고는 내가 알아서 했어야 했어


쌓은 독극물이 드디어 터지던 날

나는 일어날 수 없었고

독기운이 빠질 때 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너는 너에게 쌓인 독을

내게 먹으라 퍼부어댔지

나는 너한테 좋은거면 나도 좋을 줄 알았지


한참을 앓고 회복하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의 고통은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응어리가 터지던 날 보다

약물에 속이 쓰리고 힘들었던 날들 보다

니가 내게 주저없이 건내던 모습때문에


그 때 내게 약을 건내던 니 손을 뿌리치고

잔뜩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가

또 다른 응어리가 되어 지금도 터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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