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순식간에 늙어
흙빛을 하고 잎사귀를 떨군다.
모자 하나 쓰지않고
겨울을 버텨낼 심상이다
앙상한 나무가지 점점들어나
저렇게 말랐던가 싶다
울창한 숲이 휑해지니
바람소리 휘이 내며
앙상한 가지 사이를 지나
대머리라 놀리고 간다
가을이 이렇게 빠르면
겨울은 얼마나 기려고 그런담
저 나무는 몇년을 저렇게
대머리였다가, 풍성해졌다가
반복했을까
저 나무는 몇년을 저렇게
잎을 새로 틔웠다가, 보넀다가
반복했을까
예쁘게 물든 가을 산의 색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이 속절없이 빠른 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내년이면 돌아올 가을이지만
올해의 가을은 정말 짧구나
올해의 가을은 올해 뿐인데
내년을 기대하기에
올해 가을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
마음이 더 허해지는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