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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Oct 09. 2024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혼자남을 때 까지

두 손 모아 모래 한 줌 퍼올려

손안에 모래가 흩어지지 않게

더 세게 손을 모아본다

이런 맘도 모르고 모래가 빠져나간다


스르륵 흘러내리는 모래들을

최대한 모아보지만

놓치지 않으려 쥐게 될 수록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놓쳐버린 모래에 집착하여

푸른하늘을 비추는 바다와

바람이 내게 밀어주는 파도를

알아보지 못한다


두손 가득 모래를 잡으려고

타는 목마름에 물을 마시길 잊고

뜨거운 해의 불같은 화를

피하지 못한다.


내 손에 모래를 바람이 앗아간다고

흩날리는 모래를 보며 짜증냈다

뜨거운 피부를 식히는 바람의

자연스러운 사랑일 뿐인데


쥘 수 없는 모래를 쥐겠다는 일념에

주변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사람의 손을 잡지 못하고

나를 쓰다듬지 못한다


모래처럼 흩날리지 않을 나의 인연은

손을 놓아버리고 만다

결국 쥐지 못해 흩날릴 모래를 잡느라

잡을 수 있던 것들을 놓쳤다


내 두손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내 곁에는 쥘 수 있는것도 남지 않았다

쥘 수 있는 것을 두고

쥘 수 없는 것을 잡겠다고 놓친 것이다


너무 큰 모래사장 위에서

쥐지 않아도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이 가득한 모래를 쥐어보겠다고

나 혼자 남을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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