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알기 전에는

by 글그림

널 알기 전에는

난 그저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

뇌 속을 파먹는 벌레 때문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생을 한탄하며 살던 존재


넌 내가 시를 쓰지 않았다면

우리가 만나지 못했을 거라 하지만


난 내가 시를 쓰지 않았다면

사는 일이 죽는 일보다 어려워

손마디 보다 짧은 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내가 살아있는 모습을 거울에 비 치우는 것이

나에게는 몇 겹으로 고이 접어 놓았던 기적


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을 테지

내가 한 인간으로서의 범주에 머묾을

영원히 행방불명되지 않고 살아온 삶을 살며


그저 창문을 열고 기다렸을 뿐인데

같은 흔적이 묻은 영혼에게 이끌림


인연이 너와 나 사이에 찾아와

입술에 포개어지는 기쁨이라서


노을에게 색을 빌려와 상기된 너의 얼굴이

그렇게도 아름답게 보이나 보다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