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란(空氣蘭)

by 글그림

너를 위해 물을 주고

햇빛을 골라 주던 날들


나는 그렇게 너의 계절이 되고 싶었으나

너는 한 번도 내게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


비가 오면

젖은 땅을 디디고도 머물지 않았고

바람이 불면

내 손을 스치고 흩어졌다


너를 붙잡으려 할수록

너는 더 멀어졌으므로


이제 나는

물 없이

흙도 없이

그냥 여기에서 피어 있기로 한다


너는 말하겠지

그렇게 살아서야 꽃이라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나는

이름이 없이도

누구의 꽃도 되지 않고


그저 나로 살아가기로 한다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