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서쪽

by 글그림

바람이 불었다

닫힌 문은 단단히 닫혔고

열린 창은 더 활짝 열렸다


저녁의 바람은 오래전 떠난 이의 뒷모습을 닮았고

아침의 바람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의 냄새를 품었다


나는 길 위에서 바람을 맞았다

넘어질 듯 흔들리며 두 팔을 벌렸다

발끝에서 출렁이는 세상의 기울기를 견디며


바람은 언제나 부는 것이고

산다는 것은 그 바람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걷는 것이더라


달빛이 길 위에 흩어지고

마른 풀잎들이 허공을 떠돌 때


바람이 불지 않아도

사람들은 흔들리며 살아가더라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