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퍼붓던 날에
찬밥을 끓여서 먹었다
물안개가 피어있었다
그리고
김처럼 사라지는 여름을
계속 삼켜왔다
창밖엔
덜 익은 수박빛 감정들이 널려 있다
더위라 부르고
혹은 익어버린 그늘이라
부르는 것들
여름은
땀에 젖은 나뭇잎을 신고 온다
식은 밥물 위에
나뭇잎을 올려본다
혀끝에 닿는 나무들의 등줄기
입안에 퍼지는 햇살의 염도
다시
견디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
없었던 것처럼
젖어 있는 나뭇잎
피어오른 물안개 속에
돌아오지 않는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