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사랑처럼 운명처럼

by 글그림



언젠가 우리가

살아가야만 했던 생이 아니라

살고 싶었던 생으로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부푼 마음을 안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묻지 않아도 되는 사랑 말고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

눈을 감은 침묵 속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자


내가 나를 잃어가던 시간들

밤마다 발목에 매달리던

우울한 바람들을 떨쳐내

겨우 벅찬 숨을 헐떡이며

오늘을

오늘을

견뎠지


만일 너에게

운명이었다고 말하면

아마도

오래 지켜본 사람의 말일 거야


사랑은 물처럼

입을 대고 마시지 않아도

살아 있는 전부로 흘러가는

물결 위에 당신은 서 있겠지


그래서

밤마다 온기가 빠져나간

내 몸에

당신의 이름 하나를 데워놓고

다시 살게 되었다

그저

나를 불러준다면

내게 온다면


눈물 대신 손을 내밀어줄게

그건 사랑이거나

혹은 당신이거나

다른 것으로는 부를 수 없는

약속


물처럼 사랑처럼 운명처럼

서로에게 발디딤했던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