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가장 안쪽까지
천천히 곰팡이가 피었다
움켜쥘 것도
놓을 것도 없어져서
가만히 굳어가고 있었다
담장 아래
돌 하나가 웃고 있었다
나는
웃을 수 없어서
조금 부러웠다
아무 말도 없는 건
어쩌면 하고픈 말을
다 쏟아 낸 것
돌 옆에 앉았다
땡볕은 반쯤 드리워
반질반질 땀에 씻기고
뜨거워진 바람에 발목을 내어 놓는다
지나간 계절을 묻지 않고
떨어지는 꽃잎을 외면하지 않으며
느리게 뜨거워졌다가
느리게 식어가고 있다
작게 부서진 나뭇가지 하나
곁에 두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조금 단단해지기로 했다
돌처럼
웃지 않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