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그거 알아? 여보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
대뜸 맥락 없는 문장을 뱉는 오빠의 얼굴에 묘한 뿌듯함이 묻어났다.
마치 오랜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발견해 낸 새로운 결과물을 세간에 알리는 박사님의 얼굴 같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어지는 설명에, 이렇게까지 나를 관찰하고 있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자차가 없다.
지하철도 버스도 워낙 잘 되어있고, 유지비며 운전 스트레스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차를 사지 않았다.
남편과 결혼한 뒤에는 보험을 함께 들고, 오빠가 피곤해하는 날에 내가 가끔 운전대를 잡는 정도였다.
덕분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나를 위해 오빠가 지하철역까지 나를 태워주거나 데리러 오는 일이 잦았다.
오빠가 그 말을 한 날도, 나를 태우러 온 날이었다.
피곤했던 몸을 조수석에 밀어 넣자 편안한 공기와 익숙한 시트가 나를 반겨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여보를 지하철역에 데려다주고 나면, 여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 보고 있거든."
"왜?"
"그냥. 여보가 한 번쯤 뒤돌아보지 않을까 해서."
"... 왜?"
"왠지 돌아보지 않을 것 같았어. 근데 진짜로 한 번도 안 돌아보더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에서 인사하고 내렸는데, 왜 내가 뒤돌아봐야 하지?
왜 날 내려주고 바로 가지 않고, 뒷모습을 보고 있는 거야?
그건 시간 낭비 아닌가.
가끔 오빠의 생각과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랬다.
도통 무슨 말인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남편은 뭐가 재밌는지 막 웃어댔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여보가 뒤돌아봤는데 내가 없으면 섭섭할 수도 있잖아."
"내가 왜 뒤를 돌아봐?"
내가 도돌이표 같은 질문을 던졌음에도, 오빠는 마냥 즐거워 보였다.
"나는 여보를 아주 잘 알아. 역시 여보는 T야. J고."
내 표정이 조금 뚱해지자 오빠가 덧붙였다.
"맞아. 우리 인사도 했고, 내가 바로 가는 게 효율적이고, 여보도 목적지가 있으니까 빠르게 움직였지. 근데 나였으면 한 번쯤 뒤돌아봤을 것 같아서 기다려봤어."
"서운했어?"
"아니, 여보가 절대 안 돌아볼 것 같았는데 그걸 맞춰서 뿌듯했어."
이 남자의 머릿속은 참 알쏭달쏭하다.
아마 예상컨대 공감하는 F의 성향보다 상상하는 N의 성향이 좀 더 큰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여보를 아주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뿌듯했어."
그 말에 결국 나도 웃고 말았다.
오빠의 생각의 흐름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별일도 아닌 걸로 뿌듯해하는 표정이 귀여웠다.
그 얘기를 나눈 후에 "나는 절대 뒤돌아볼 일 없으니까, 바로 가." 하고 오빠에게 일러주었고 오빠도 그러겠다고 했다.
그 뒤 남편은 정말로 바로 가기도 했고, 가끔은 서 있기도 했다.
서운해서 말을 꺼낸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것에 즐거워하는 남편의 모습이 웃겼다.
딱 우리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