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 16년차 애널리스트가 눈독 들이는 기업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등 안전성 문제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본다. 미국과 유럽 정부도 여전히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룹이 있다.
2000년대 중반, 골*만삭스에서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시절, 옆 부서 자동차 팀은 전기차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출간하였다. 보고서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싼 부품은 배터리이고,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면 전기차 가격이 일반차와 비슷한 수준이 되어 일반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20년이 흐른 후 전기차는 여전히 일반차 보다 비싸다. 그러나, 이미 주차장에는 전기차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주변에서 전기차 소유주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채님은 1998년 에*프로를 설립하였다. 반도체 생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제품을 만들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납품하여 기업을 키웠다. 2000년 대 중반, 제*모직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철수하면서 그동안 개발해 온 기술을 에*프로에 매각한다. 같은 해, 에*프로는 코스닥에 상장한다.
기업을 설립한다는 것은 사람이 기업에 돈을 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업의 이름을 가지고 재료를 사고, 제품을 만들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팔고, 그 댓가로 돈을 받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처음 들어간 돈은 불어나게 된다. 불어난 돈에 대한 권리를 쪼개어 주식 시장에 팔아, 다시 말해 상장을 하여, 돈을 더 번다.
그 후로, 에*프로는 세 개의 회사 (에*프로비엠, 에*프로머티리얼즈 그리고 에*프로HN)를 설립하여 하고 있던 사업을 모두 떼어내고, 스스로에게는 관리하는 일만 남긴다. 다시 말해 지주회사 구조로의 전환이다. 세 회사 역시 상장하여 돈을 더 벌었다.
에*프로 그룹은 삼성, 현대그룹 등 1세대 대기업의 뒤를 잊는 2세대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30년동안 삼*전자에 반도체 온실가스를 줄이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이 필수가 된 현재의 기업 환경에서 해당 제품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에도 판매하고 있어 고객군이 다각화되어 있다. 두번째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20년 이상 생산하여, 미국의 F*rd와 유럽의 자동차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양극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화학물질이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위험하다. 20년 이상 기술을 축적했다는 것과 유명 자동차 업체를 고객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삼*SDI와 계약을 추진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에*프로 및 자회사들을 성공적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시켜 자본을 확충하였다. 설비투자가 많이 필요한 사업의 특성상 자본을 확충하는데 있어서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1세대 대기업이 아닌 이 기업이 현재의 자리까지 오는데는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높다. 앞으로 2-3년 동안 전기차 수요 정체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에*프로는 더 이상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기업은 체력을 비축해 재상장이 가능하지만, 그 때는 아마도 주인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주식 거래소는 두 개다. 기업이 거래소에 등록하고자 할 때, 하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하고, 다른 하나는 그에 비해 덜 엄격하다. 그래서 그 덜 엄격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경우, 금융감독기관이 더 면밀하게 보아, 기업의 체력이 약해지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하고, 그 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상장폐지를 시킨다. 덜 엄격한 시장은 코스닥으로, 엄격한 시장은 코스피로 불린다. 현재 에*프로머티리얼즈를 제외한 세 개의 회사가 코스닥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공시채널인 KIND 웹사이트에서,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볼 수 있다. 세 회사 중 관리종목 지정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엄마인 에*프로이다. 관리종목 지정 요건 중 가장 이해가 어려운 요건이 있다. 그것은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 50%초과하면서 10억원 이상이 되는 해가 최근 3개년 간 2회 이상'인 경우이다.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란 세금을 내기 전 손실이 얼마인가이다. '자기자본'은 기업 설립 시 넣은 돈과 주식 시장에서 자신을 팔아 번 돈의 일부의 합을 말한다. 손실이 자기자본의 반을 넘는 것이 2회 이상 되면, 기업이 계속 살기 어렵다. 이유는 가진 것보다 갚아야 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에*프로는 2024년 3분기 누적으로 해당 손실이 1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다. 현재 자기자본 기준으로 앞으로 다가오는 두 해의 손실이 매년 약 60억원만 되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이 상태가 계속되면 상장폐지가 된다. 전기차 전방시장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계속 손실이 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
따라서, 에*프로는 주식 시장에서 스스로 나오거나,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스스로 나온다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최대주주가 모두 사들이는 것이다. 이는 회사의 현금 수준을 볼 때 어렵다. 그래서, 에*프로는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자회사 HN를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을 쪼개고 쪼개어 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에*프로의 주식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주식 시장에서 퇴출되는 위기를 피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실적 개선이다. 2024년 3분기 누적 손실의 원인은 가파른 재료 가격의 하락이었다. 재료 가격이 줄면 물건을 만드는 비용이 싸지기 때문에 남는 것이 늘어난다. 하지만 에*프로의 경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힘이 세다. 고객사가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고객사는 재료가가 낮아졌으니, 그만큼 깍아 달라고 한다. 에*프로는 비쌀 때 재료를 사서 물건을 만들었지만, 고객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에*프로에게 불리하지만, 차를 소비하는 우리는 재료비가 싸지고, 전기차의 가격이 저렴해지면 좋다. 그래서 전기차가 많이 팔리면, 에*프로 실적에 도움이 된다.
주식 시장 퇴출 보다 더 무서운 것은 파산이다.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단기적인 손실이 쌓이면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것에 혜택을 보기 전에 채권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해 도산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것 중에서 1년 이내에 돈이 되는 것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것으로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돈을 상환할 수 있는지를 보는데, 다행히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에*프로는 기업이 가진 자산 중 절반 정도가 부채를 통해 조달했고, 1년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1년이내에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살아 있는 사람과 같아서, 매 분기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에*프로 그룹이 눈 앞의 산을 넘어 전기차 시장이 활짝 열리는 때에 크게 수확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산을 넘지 못할지 면밀히 보자.
1. 에*프로 그룹사는 매년 1, 4, 7, 10월 기업실적설명회를 연다. 이 때 손실이 발생했는지 그렇다면 당시 자기자본 대비 50%를 넘는지 확인하자.
2. 만약, 손실이 50%는 초과하지 않으나, 가까운 수준이라면, 회계 감사인이 감사한 실적을 매년 4, 5, 8, 11월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하자.
3. 유상증자나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부채를 통해 그룹사들은 자본을 조달할 것이다. 이 때 주가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만, 에*프로의 유상증자에 최대주주가 자신의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참여하는지, 자회사의 유상증자에는 모기업인 에*프로이 현재 지분율 이상을 계속 참여하는지 확인하자.
4. 경제 신문에서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가격의 하락이나 상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동요할 필요 없다. 이러한 현상이 다음 분기 실적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1번 관점에서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