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는 고산 지대의 마을과 자주 사랑에 빠집니다. 지지난해에는 평균 고도가 3600미터쯤 되는 곳에서 여름을 났어요. 낮이면 햇살이 따갑고 밤이면 공기가 차서 옷깃을 꽉 여며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산꼭대기에는 언제 쌓였는지 모를 눈이 하얬고요, 바람이 불면 키 큰 포플러 나무가 사그락 사그락 흔들렸어요. 정전은 일상, 와이파이는 환상 같은 곳이어서 낮에는 차고 맑은 계곡에 발을 담그고, 밤에는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어느 날 밤은 함께 지내던 사람들과 옥상에 드러누워 나뭇잎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요. 별안간 누군가 외쳤습니다.
별똥별이다!
한바탕 소란이 일었어요. 우리는 별똥별을 보면 소원을 빌어야겠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별똥별이 좀 빨리 사라지나요. 무슨 소원을 빌까? 고민하면 떨어져 버리는 거죠. 그렇게 첫 번째 별똥별이 사라졌고요. 곧이어 다른 사람이 외쳤습니다.
앗, 또 별똥별이다!
그때 제가 냉큼 외쳤어요. “잉지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소원을 생각하던 사람들이 잠시 와하하 웃더니 “그래! 잉지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입을 모아 외쳤습니다. 그 뒤로 모든 별똥별은 제 것이 되었습니다. 별똥별을 보면 저것밖에 생각이 안 난대요. 왜 하필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때는 저도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아마 부자가 되면 그렇게, 옥상에 드러누워 오래도록 함께 지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준 건지 뭔지, 저는 늘 마음이 부자입니다.
아직도 가끔 연락이 와요. 별똥별이 떨어졌다고. 네 생각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