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책 이외의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보는 취미는 없었는데, 2019년도에 넷플릭스 '본능의 질주'를 보고 F1에 완전히 빠져들어 대부분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300km/h가 넘는 속도로 중력의 6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디며 운전하는 드라이버도 대단하고, 레이스 과정에서 팀의 전략, 날씨나 사고 등 변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본능의 질주’는 최근 시즌 7까지 제작되었는데, 레이스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돈의 힘, 정치 싸움, 드라이버들의 내면을 보여줘서 흥미롭습니다.
오직 속도만을 위해 만들어진 F1 차량은 공기역학, 신소재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레이스를 보면 드라이버들이 단순히 액셀과 브레이크만을 사용해서 경쟁하는 것 같지만, 어떤 레이싱 라인을 따라 주행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직선이냐 코너냐에 따라 달라지는 속도와 공기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앞서가는 차량에 가까이 붙으면 슬립스트림(slip stream)으로 인해 공기 저항이 줄어 빨려가듯 속도가 빨라지지만 동시에 앞차에서 나오는 열기와 지저분한 공기로 인해 차량에 부담이 생길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등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문과인 저는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런 저에게 F1 Alpine 팀의 엔지니어 김남호 박사가 쓴 <F1>은, 레이스를 이해하고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쉽게 쓴다고 쓴 것일 테고 기술적인 내용의 극히 일부분만 전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비전공자로서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니 ‘대충 이런 건가 보다’하고 넘어갑니다. 그래도 그만큼만 알아도 레이스를 보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까요.
F1 그랑프리 직관은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F1 그랑프리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직관하려면 해외에 나가야만 하는데요. 티켓가격도 비싸지만(비싼데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비행기값도 부담이고 경기가 개최되는 시기에는 숙소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서 정말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 인천에서 유치에 나섰던데 잘 되어서 우리나라에서 그랑프리를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덧. 사실 저는 2011년 우리나라 영암에서 열린 F1 그랑프리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티켓을 추첨했는데 운 좋게 제가 받았거든요. 그런데 상무님이 발주처에 줘야 한다며 빼앗아 갔었죠. 저는 당시 대리 1년차 나부랭이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아쉬움에 티켓 사진만 남겨두었다는 슬픈 사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