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로운 일상공상12

나침반과 나침판

by Parasol

말은 언제나 시대와 함께 변해왔다. 그리고 변해간다. 지구 자기장을 따라 남북 방향을 가리키는 자석침을 물을 담은 쟁반에 띄워 사용하던 것에서 유래해 ‘펼칠 나’와 ‘바늘 침’, 그리고 ‘쟁반 반’을 합쳐 ‘나침반’이었던 물건이 ‘나침판’으로 세포분열했다.


본래의 형태를 잊고, 동그란 원판 상에 핀으로 고정된 자석침으로 편리하게 휴대용으로 제작되다 보니 발음도 비슷한 ‘나침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본래 단어가 만들어진 의미와 원칙을 고수하자면 ’나침판‘은 ’틀린‘ 표준어가 되었어야 마땅하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형태마저 판이라 불러도 위화감이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나침판‘을 인정하되, 원래의 ’나침반‘ 또한 그대로 살려두어 두 단어 다 틀리지 않은 표준어가 된 것이다.


’짜장면‘이 한때 ’자장면‘이 되었다가 수많은 논란 끝에 다시 ’짜장면‘이란 이름을 되찾은 것과 비교될만한 사례이다. 짜장면은 원래 짜장면과 자장면을 혼용해서 사용하다, ‘자장면’만이 표준어로 인정받은 탓에 ‘짜장면’은 틀린 단어라는 오명을 썼다가 다시 그 지위를 인정받아 지금은 두 단어 모두 맞는 맞춤법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짜장면‘을 더 애용하고 있다.



한편, 나침반과 나침판은 모두 사용 가능한 ‘정답’이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에는 또 다른 이슈가 존재한다. 바로 ‘진북(True North)’와 ‘자북(Magnetic North)’ 문제이다.


진북은 지리적인 북극으로, 지구가 자전하는 축의 북쪽 끝을 의미한다. 이 위치는 고정되어 있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위도, 경도 체계는 이 지점을 기준으로 형성된 시스템이다.


이에 반해 자북은 지구 내부의 철과 니켈 등의 액체 금속이 대류 하며 만들어지는 지구 자기장이 가리키는 북쪽이다. 이 위치는 지도상의 북쪽인 진북과 일치하지 않을 뿐더러 위치가 시시각각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침반만 믿고 북극점을 찾다가는 엉뚱한 곳에 가 있을 수도 있다. 아니, 반드시 엉뚱한 곳에 가 있게 된다. 현대인들이 종교보다 맹신한다는 과학적 도구인 나침반을 사용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과학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찾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지 않고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북이 아닌 진북을 찾고 싶다면 나침반이 아닌 북극성을 찾아야만 한다.


지구 자전축의 연장 방향에 있는 별이 바로 북극성이기 때문이다. 북극성이란 이름은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지어지게 되었다. (북극성이란 별 이름이 먼저 지어지고, 그 방향축으로 지구가 돌게 된 것이 아니라, 지구 자전축을 발견하고 그 방향으로 연장선을 그었을 때 하늘에서 발견된 가장 빛나는 별을 북극성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또 다른 반전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구의 자전축도 조금씩 이동하므로, 지금 북극성이라 부르는 그 별은 더 이상 북극점을 가리키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대략 12,000년이 지나면 거문고자리의 베가가 새로운 북극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에서 외계 신호가 날아오는 바로 그 별 말이다.


이처럼 엄밀함을 추종하는 과학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의 언어보단 역시 수학의 언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수식 없는 과학으로 일상공상을 나누어 보고 싶어 이렇게 브런치를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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