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로운 일상공상11

직장인의 로망, 해외출장.

by Parasol

요즘이야 해외여행이 제주도 가는 만큼이나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외로 한 번 나가기는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출장이란 명목으로 회사 경비를 이용해 해외를 경험할 수 있는 해외출장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어 하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벗어났다는 일탈감, 잠시간의 휴식, 이국적 풍경과 색다른 문화와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해외출장의 묘미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해외‘여행‘이 아닌 해외’출장‘이므로 그만큼 막중한 임무를 띠고 출국해야 함은 물론, 귀국 후 큰돈을 쓴 만큼의 내실 있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따르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더해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 출장의 경우, 시차에 따른 수면의 질 저하는 출장러들의 심신을 괴롭히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이다.


지구는 둥글고,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만들어주는 시차.


물론 현대에 와서는 생리학과 의학의 발달로 시차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약들이 나와 있다. ‘멜라토닌’ 성분을 함유한 수면 보조제들이 바로 이들이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으로, 어두워지면 분비가 촉진되고 아침이 되어 밝아지면 분비량이 감소하여 낮에 깨고, 밤에 잠들도록 신체 리듬을 자연스레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이런 호르몬은 체내에 처음부터 그 형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합성되어 분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르몬에 따라 분비가 반응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필요한 호르몬은 일정 정도의 양이 미리 합성되어 저장되었다가 분비되기도 하고, 반응이 빠르지 않아도 되는 호르몬들은 자극이 오면 그제야 합성되어 분비되기도 한다.


시차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생각이 여기에 까지 이르자 새삼 인체의 신비에 놀라게 된다. 우리의 몸은 초정밀 합성기계인 것이다. 외부 자극이라는 신호를 받으면 적재적소에 필요한 호르몬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불면이 계속되면 생각은 더 나아간다. 그렇다면 혹시 외부 자극이 아닌 마인드컨트롤만으로도 호르몬을 합성해 낼 수 있을까?


어릴 적 꿈속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느꼈던 무중력감은 실제의 외부자극이 아님이 분명한데도 생생하게 느껴졌던 듯하다. 이런 걸 보면 명상이나 정신수련만으로 어느 정도의 감정조절뿐 아니라 호르몬 마저 조절하여 숙면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과연 언젠가 혹은 어디선가 프로 출장러들을 위한 멜라토닌 수련법이 유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