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9박 10일을 병실에 있었다. 수술전 하루를 제외하면 9일 밤낮을 회복에 힘썼다. 수술전 첫날은 2인실로 배정되었지만, 수술 당일 1인실 자리가 비어서, 내가 수술 받는 도중에 아내가 2인실에서 1인실로 짐을 이동하였다. 1인실은 5성급 호텔 스위트룸 만큼이나 비쌌으나 주변의 눈치없이 온전히 나의 회복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아깝지 않았다. 방 크기는 2인실과 같으나 침대는 하나만 있고, 편한쇼파들, 큰 옷장, 블루투스 스피커, 비데 등이 편의시설로 꾸며져 있었다. 어느정도 회복된 5일이 자닌 뒤 2인실로 다시 이동하였는데, 이동한 날은 공교롭게도 아내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이였다. 오전에 아내를 인천공항까지 택시 태워 보내고, 오후에 2인실로 이동했다. 이때 간병인을 아내에서 어머니로 바꿨는데, 편한 병실에서 못 모신게 죄송할 따름이다.
수술 부위는 무릎부터 발목까지 길게 30cm 이상 찢었고, 붕대로 칭칭 감겨진 그 부위에는 음압 치료기가 붙어 있었다. 또한 수술부위에 호스가 꽂혀있어서 피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피주머니가 차여있었다. 미자막 날 2일 전 호스를 제거할 때 알게되었는데, 호스 구멍 입구는 무릎쪽이였으나, 발목까지 깊게 박혀있었으며, 중간중간에 구멍이 있어서 피를 취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마약성 진통제를 환자가 스스로 주입할 수 있도록 버튼을 주어진다. 자세히 읽어보니 펜타닐이라고 쓰여있다.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펜타닐 마약을 주입할 수 있는 버튼은 내가 차고 있다니 기분이 묘하다. 통증은 생각보다 견딜만 했다. 아무래도 근육이 대부분 잘려나가면서 통증을 느끼는 신경들도 함께 없어졌기 때문일까? 마약성 진통제는 처방받은 양의 절반도 쓰지 않았다.
첫번째 드레싱은 수술 후 5일뒤에 이루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직접 드레싱을 해주었는데, 나의 수술 부위와 처음으로 조우하는 날이였다. 수술부위은 생각보다 길고 움푹 패였다. 소독약이 스칠때 마다 뼈가 시린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것이, 수술 부위는 뼈와 매우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걱정했던 피부 괴사의 조짐은 크게 보이지는 않았다.
주사바늘은 수술용과 일반용으로 나뉜다. 수술용 주사바늘은 일반용보다 굵어서 불편감이 매우 크다. 물론 수술후에는 수술부위 통증이 너무 커서 주사바늘의 불편감은 온데간데 없다. 수술후 몇 일이 지나면 수술 부위가 견딜만 해지는데, 덮혔던 주사바늘의 불편감이 살아난다. 주사바늘 위치를 총 5~6번 바꿨던거 같은데, 수술바늘이 아파서 교체, 혈관확장 주사로 인한 혈관통으로 교체, 피가 세어나와 교체 등등 입원내내 양팔에 주사바늘 자국들과 멍으로 가득했다.
태어나서 소변줄은 처음 꽂아보았는데, 수술하고 깨어났더니 소변줄이 껴 있었다. 역시나 수술 직후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으나 반나절 지나자 소변줄이 꽤나 불편했다. 소변을 보지 않아도 방광에서 직접 소변이 흘러나온단다. 소변을 혼자 볼 수 있을꺼 같아서 빼달라고 수술 후 첫째날 밤 부탁했고, 남자간호사가 제거를 도왔다. 제거할때 꽤나 아팠는데, 새끼 손가락 길이에 돌기가 있는 호스가 빠져나왔다. 제거 후 성공적으로 소변을 보았지만 그 이물감은 한동안 갔다.
전신마취를 하면 폐가 쪼그라든다. 이에 폐를 다시 풍선처럼 부풀게 하기 위해 장난감같이 생긴 숨 들이마시기 도구를 제공한다. 하루에 몇백번해야 한다고 간호사님들이 강조한다. 수술 후 처음에는 나 역시 숨이 답답하여 열심히 했으나, 가면 갈수록 숨 쉬는데 문제가 없어서 안하고 있었다. 수술 후 셋째날 즈음, 간호사님이 또 한번 강조했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100번을 연이어 해봤다. 한 40번째부터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오한이 발생하였다. 급하게 간호사를 부르고 해열제를 투여하는 등의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오한은 10분 쯤 지속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열심히 했다.
병상에서의 하루 루틴은 매우 규칙적이다. 식사는 오전 7시, 정오, 그리고 오후 6시에 나온다. 피주머니는 새벽 5시와 오후 5시에 두번 수거해 회복정도를 체크한다. 처음에는 70cc까지도 나오더니 5cc쯤 되어갔을때 피주머니를 제거하였다. 항생제는 하루 세번, 새벽 5시, 오후 1시, 그리고 오후 9시에 맞는다. 혈관확장 주사는 하루 한번 오후 7시에 맞는다. 식사는 양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아무래도 하루종일 누워 있으니 칼로리 소모가 안되서 그럴껏이다. 식사는 어머니나 아내와 나눠 먹으니 그 양이 딱 좋았다. 규칙적인 루틴이 나에게 잘 화복된다는 안정감을 주었고, 그 결과로 2kg이 쪘다.
정형외과 병동 간호사팀은 3교대를 한다. 어림잡아 10~12명의 간호사들이 순환 근무를 하는것 같았고, 환자나 병실에 전담팀되어 돌보지 않는다. 이는 꽤나 괜찮은 시스템이라고 생각되는데, 고집불통인 환자를 전담하면서 간호사들이 치료 이외의 감정노동을 안해도 되고, 반대로 깐깐한 간호사를 만나서 환자가 치료 이외의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된다. 몇몇 간호사분들과는 친해져서 나의 담당이 아닌 때에도 편히 문의하고 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나 아내는 여간호사분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는데, 그들이 들으면 기분좋은 이야기들 (예를들면 헤어 스타일을 바꿨다거나)을 잘 건냈고, 그들은 더욱더 친절히 도와주었다. 퇴원하면서 그들에게 커피나 빵을 대접하고 싶었으나, 환자가 제공하는 어떤 음식도 받을 수 없는 방침에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길이 없었다.
수술 후 회복은 잘 되었으나 힘든 수술이였던 만큼, 입 안에 여기저기 헐었다. 퇴원해서 동네 외과 가서 비타민 주사를 맞은 생각으로 담당 교수님께 비타민 주사를 맞아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본인이 직접 처방해 주겠고 한다. 입원중에 비타민 주사를 맞을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역시 대화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통하능것은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못 씻으면 불편하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다가 넷째날 쯤인가부터 서서히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었다.이동을 할 수 있게 되니 바로 샤워 생각이 났다. 5층에 환자 전용 샤워실이 있었고 붕대로 감겨진 다리에 음압기기와 호스가 달려있어서 환자복을 벗기가 쉽지 않았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수술 후 첫 샤워를 할 수 있었고, 그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