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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두른 남편

         -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 - 

by 개미와 베짱이 Feb 28. 2025

요즘 아내들이 만나면 자랑거리가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으뜸은 단연코 손주 자랑이다. 스마트폰 바탕화면에서부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여백에는 온통 손주뿐이다. 남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다. 말 그대로 뒷전이요 찬밥이다. 그래도 기회가 있다. 앞치마를 두르는 순간 아내의 두 번째 자랑거리가 된다. 요리는 여자의 고유영역이 아니다. 남편들이여!!! 시대착오적이며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세계 유명 셰프에 남자가 많이 있음을 봐도 요리는 성별적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가 요리를 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자유로움'이다. 요리가 두렵지 않게 되면 자신을 비롯한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적 공간적으로 자유로움이 부여된다. 특히, 그동안 아내가 제약받았던 행동반경의 족쇄가 완벽히 해제된다. 남편이 요리하는 순간 아내는 가족의 매끼 챙김에서 이탈할 수 있어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자유로워진다. 그만큼 요리는 누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할 수 있어야 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하면 된다. '도와줄게!' 보다 '내가 할게'가 21세기에 잘 어울리는 문장이기도 하다.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는 순간 아내가 부엌을 사수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남편이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듯, 아내는 수 십 년을 지켜 온 부엌이라는 공간을 남편에게 내어 주는 순간이 바로 앞치마를 두른 남편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요리학원에서 중장년층 남자 수강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언론기사를 본 적이 있다. 흥미로웠다. 유교문화 잔재가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21세기에 우리 사회의 변화지표로 충분히 가치가 있고 고리타분한 유물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둘째, '소통'이다. 가족의 먹거리가 소통의 주제가 될 때 밥상머리의 대화는 풍부해진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다소 소원해졌던 가족 상호 대화가 다시 부활하는 순간이 바로 남편이 요리에 눈을 뜨는 시기이다. 요리는 가족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그 관심을 관찰을 낳고, 관찰은 관계를 돈독하게 해 준다. 달걀 요리라고 하더라도

아내는 계란말이를 좋아하고, 딸은 계란찜을 선호한다. 아들은 반숙 프라이를 잘 먹는다. 이처럼 가족의 식성을 파악하는 것은 소통의 소재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소소한 대화의 연결고리로 재미를 더해준다. 요즘 마트에 가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는 대화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부엌이 평정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 마트에 가서 재료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자녀의 빈자리를 채워 주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요리는 소통의 호재일 뿐 아니라 관계를 돈독히 해 주는 마중물이다.


셋째, '창의성'이다. 요리는 손맛이다. 요리하는 사람마다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 냉장고 주인이 요구하는 수준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미션이다. 창의성 결과물이 요리임을 입증하는 프로그램이다. 유명 셰프이기에 재료의 수준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대파가 없으면 쪽파로 대신하거나, 쪽파도 없다면 부추로 대파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요리의 세계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이해하고 상상하면서 자신만의 추구하는 요리를 할 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요리가 된다. 결국 요리는 나이 들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오늘은 어떤 음식으로 가족들과 한 상차림을 할 것인지에서부터 재료를 찾아보고, 부족하면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을 때 두뇌는 회전한다. 나이 들어 뇌가 쉬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노화로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데, 과부하로 쉬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뇌가 쉬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예방차원에서라도 요리는 해야 한다. 남편들이여 당당히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에 도전해 보자.  




넷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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