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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건망증

Chapter 2-1 (회상)

by 한걸음

7년 전, 뜨겁고 꿉꿉한 습기가 가득했던 어느 여름날의 외출.


그때는 여름 방학이라서 시간적 여유가 많았고

엄마와 함께 휴대전화의 통화가 되지 않아,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던 참이었다.


길면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릴 줄 알았던 문제가 머지않아 10분이면 해결되어 금방 끝났다.


그렇게, 이만저만 주위를 둘러보며

더 이상 가볼 곳은 없나 확인하려던 찰나, 전화가 울렸다.


할머니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며,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했다.

같이 어울리시던 친구분들과 더위를 잊을 겸 냉면을 드시러 간다던 약속도 잊으신 채

몇 십 통의 전화를 해보아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엄마와 나는 급한 마음으로 그 더위를 참고

할머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현관문 열기 전의 떨림을


엄마는 내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셨었다.


곧장, 따라 들어가 본 방 안의 풍경은

식탁 위 비워진 그릇과 곤히 잠드신 할머니였다.


엄마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시며 할머니께 말을 건넸다.


"전화도 안 받고 뭔 일이여?"


할머니도 당황하신 채로 잠에서 깨어나 놀라셨다.

그렇게, 휴대전화에는 몇십 통의 부재중이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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