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1) - 2024.05.17
걱정 없는 삶, 그저 행복한 삶을 바랐다.
하루를 지나 보내면 또다시 맞는 새로운 하루에
맞지 않는 기분을 옷처럼 입고 벗어가며
몇십 년을 살아왔다.
알아주기를 바란 것도 아니지만
어김없이 당신을 외롭게 만들어 갔다.
혼자 끼니를 때우거나
TV를 틀어 노래를 부르며 적막함을 잊어보고
나지막이 할 일이 없을 때는
앞 집 사람들과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눠본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또는 따스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받아보았더라면.
집이라는 곳이 편히 쉬지 못하고
마음 편히 이야기할 사람도 없었으니
정작 당신이 원하는 집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머문 후
오랜만에 찾아온 집이 편할 리가 있을까.
시간과 추억은 너무나도 많은 과제를 남기고 갔다.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갔으니.
허리굽은 백발의 어느 노인이
사랑 하나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과
더 이상 맞지 않는 고무줄 바지를 추켜올리며
애써 입으려 하는 모습과
부축을 받으며 걷는 모습을 볼 때도
예전의 시간들이 그립기만 하다.
이제는 집이 아닌 그곳에 가야 한다는 걸
깨달은 당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