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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정답일까?

나에게는 정답, 당신에게는 오답

by 소정


자기 중심성

: 자기를 중심으로 상황과 사물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인간 본능적인 경향

인간은 흔히 자신의 의견이 가장 정확하며, 이를 전달하는 방식도 객관적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믿음은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전달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정확히 이해를 시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타인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정말 그 믿음대로 모든 인간이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면, 관계에서의 갈등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인 것들은 어떤가. '나는 충분히 배려했는데, 왜 상대방은 서운한 것일까?', '나는 쉽게 한 일을, 상대방은 왜 하지 못하는 걸까?', '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들로 불만이 쌓이게 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당연하게 여기는 것. 그것은 타인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 이 글조차, 당신에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




01 고유한 궤적


수많은 인간들은 저마다 고유한 궤적을 그리며 살아간다. 그 궤적 속에서 유일무이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인간의 삶인 것이다. '자아'를 중심축으로 인간은 '자신'을 인식하며, '자신'은 결코 그 누구와도 동일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운명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인간은 내면의 자아를 통하여 스스로 정의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구별한다. 자아가 없이는 '나'라는 개념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아의 뜻대로 상황을 판단한다. 결국, 인간은 자아가 만들어내는 해석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타인과 동일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개성 충만한 자아는 결코 타인과 동일한 해석을 내놓지 않는다. 이것이 타인과 완전히 동등한 삶을 살 수 없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각자의 자기 중심성을 지닌다.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뿌리내린 것을 자아라고 비유한다면, 그 자아는 가치관과 신념이라는 줄기를 뻗어내어 잎이라는 삶에 대한 태도(인간의 성향과 성격 등)를 형성한다. 이 태도는 자아가 형성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로 인해 목표라는 꽃이 피어나며, 한 명의 인간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겪은 모든 경험과 그로 얻어낸 자긍심, 그리고 주기적인 고찰로 키워낸 스스로의 가치는 열매를 맺기 위한 양분이 된다. 이 양분으로 만들어진 열매, 즉 자기 중심성은 결국 자아와 그로부터 파생된 가치관, 태도, 목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결과이다.



02 자아가 나에게 준 선물


자아로부터 탄생하게 된 열매, 즉 자기 중심성은 처음엔 응축된 원액과 같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 형태 그 자체로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그 모습의 예이다.

어린아이는 세상의 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저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행동하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타인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바로 뱉어낸다. 이 밖에도 타인의 첫 시작을 평가절하하거나, 자신의 실력이 처음부터 뛰어났다고 생각하는 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중심성의 원액, 그 자체의 모습이다. 보통 자기 중심성이 희석되지 않은 본연의 상태일수록 이 행동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기 중심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을 지키고,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자아가 자신의 인간에게 선물한 삶의 지침인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것은 희석되지 않은 원액 그 자체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어떻게 희석되고,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을지는 각 개인의 노력과 경험에 달려 있다. 원액이 점차 희석되고 다채로운 색을 띠게 될 때, 그제야 인간은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간다.



03 내가 자아에게 줄 선물

자기 중심성의 희석은 어떻게 일어나며,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이 방법은 각 개인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고려할 점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경험한 수많은 상황들을 어떤 태도로 감내하여 목표를 이루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태도가 잎이며 목표가 꽃이라는 비유로 표현된다.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한 잎은 꽃이 더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하고, 그 꽃은 건강한 열매를 맺는다. 결국, 경험의 양과 질에 따라 자기 중심성의 표현 방식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목표를 가진 A와 B라는 두 사람이 동일한 부정적 상황을 마주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스스로 해결하여 감내했지만, B는 그 상황을 회피하고 타인에게 도움만 요청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런 가정 하에서, 어떤 사람이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을 하였을까? 아마 B보다는 A가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상황 속에서 수많은 고찰과 선택,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A는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A가 마주한 경험들은 마치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과 같다. 그 물방울들은 A의 자기 중심성을 희석시켜 투명하게 만들고, 타인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많은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자신의 틀림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자아에게 주는 답례가 된다.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는 우리의 의사 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한 말과 메모,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우리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할 뿐,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 보자면 애매하기 일쑤다. 이러한 의사 불통으로 인해 생겨나는 오해와 갈등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무감각과 무능력, 배려 없음을 탓한다. - 최인철의 '프레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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