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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반려동물

도. 마. 뱀.

by 유진 choi Feb 17. 2025

어제 딸과 보고 온 도마뱀의 눈빛이 계속 아른거린다.

나의 눈과 도마뱀의 아주 작은 눈 사이에, 짧은 시간 오고 간 무언가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일방적일 수 있는 서로의 눈빛이지만 나의 창과 작은 생명체의 창을 통해 주고받는 메시지의 온도가 따뜻했음은 분명하다. 나중에서야 딸이 말한다. "엄마, 도마뱀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마치 사랑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었어." 그 정도였구나. 내 마음이.


딸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마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만약 도마뱀을 키우게 된다면? 이 질문을 시작으로 이미 딸의 마음은 너무도 많이 그곳에 가 있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행복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얼굴이다. 그간 우리가 키웠던 작은 생명체들을 떠올려 봤다. 아이 키우는 집은 아마 대부분 키워봤을 장수풍뎅이, 구피, 달팽이, 심지어 콩벌레, 배추흰나비까지.. 늘 키울 땐 지금보다 덜 성숙했던 딸아이에게 생명에 대한 소중함, 책임감을 강조하다시피 하면서 말이다.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였을까? 딸아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엄마, 오늘 도마뱀을 보고 왔지만 나도 일단 공부를 먼저 해볼게. 만약 우리 집에 오게 된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깐 신중하게 생각해 볼게." 예전과 다른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커진 12살의 딸, 마냥 어린아이가 아님을 이젠 나와 어깨를 견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은 깊게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된 것 같아 기쁘면서도 훌쩍 커버린 딸의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약간의 섭섭한 마음이 함께 일었다.


나의 유튜브 계정에 도마뱀과 관련된 영상들이 보인다. 딸아이가 내 패드로 검색을 한 모양이다. 어디까지 찾아본 것일까?

도마뱀의 종류, 사육 환경, 먹이, 수명, 주의해야 할 점, 탈피 과정, 성체의 크기 등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미리 준비한 것 마냥 줄줄 대답한다. 말하는 동안 역시나 딸의 눈은 반짝인다. 기대감으로 가득한 그 눈빛은 이미 우리가 도마뱀을 키우게 된다는 확신에 차 있다. 큰일이다.


딸과의 대화 속에서 얼마 전 읽었던 "이 중 하나는 거짓말" 책에 나오는 용식이가 생각이 났다. 이야기 속 주인공 중 한 아이가 키우던 용식이. 지우의 반려동물이었던 용식이의 존재.


지우가 따돌림당하던 당시 용식은 만화나 신화 속 멋진 용들과 달리 지우를 구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우는 ‘때로 가장 좋은 구원은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구하는 것 임을 천천히 배워나갔다. 실제로 그 시절 지우는 용식 덕분에 그나마 한 시절을 가까스로 건널 수 있었다. 용식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이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내 딸아이에게도 앞으로 겪게 될 때로는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무수히 많은 삶의 시련과 고통 속에서 앞으로 함께 하게 될 그 운명의 도마뱀이 그런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수명이 10년 이상이라고 하니 아마 딸아이의 중,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할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부모 도움으로 딸아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이 정도의 책임이 따르는 돌봄. 서로에게 그런 상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일 당장이라도 분양받으러 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조금 더 생각해 보자.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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