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엄마를 때렸습니다

터질 것이 터졌다

by Always

“어머니를 죽인 것 같아.”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오전이었다.

급한 일이 아니면 카톡이 먼저 오는데,

그날은 전화였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일까.

숨소리부터 평소와 달랐다.


“나… 어머니를 죽인 것 같아.”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 인사 발령으로 집에서 꽤 먼 지역에서 근무 중이었다.

집에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다.


상황을 제대로 들을 겨를도 없이 휴가를 내고 사무실을 나왔다.
아내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엄마였다.


“니 와이프X이 나를 핸드폰으로 내려쳤어.”

“그리고 너한테 전화하고 도망쳤어.”

안도와 당황이 동시에 밀려왔다.

전화는 곧바로 끊어졌다.


나는 바로 역으로 향했다.


고속열차에 올라탔지만 마음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울렸다.


“OO경찰서 소속 OO입니다.”


이번에는 경찰이었다.

경찰관은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아내가 도구를 사용해 시어머니를 폭행했고

관리사무소로 내려가 119에 신고를 했다고 했다.


119대원과 경찰이 함께 출동했고
아내는 경찰관과 함께 관리사무소에,
엄마는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물었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장남.
그 집에 시집 온 막내딸.

오래된 고부갈등이었다.

형사님도 금방 분위기를 이해한 듯했다.


기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엄마가 치료 중이라는 병원이었다.


마음속에서는 집이 먼저였지만
엄마를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오전부터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타고 우리 집에 왔다고 했다.

한 시간 반이나 되는 거리였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으로 걸어갔다.

병원 입구까지 가는 길이 왜 이렇게 짧은 건지.

정말 들어가기 싫었지만 결국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실에서 엄마를 마주쳤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얼굴은 많이 부어 있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무과에서 치료비를 누가 낼 것인지 잠깐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내가 계산했다.


엄마는 진단서와 서류들을 챙겼다.

나는 바로 콜택시를 불러
엄마를 보내드렸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더 무거운 발걸음이 남아 있었다.

집으로 가야 했다.


집은 어떤 모습일까.
아내와 두 아이는 어떤 상태일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집에 도착했다.

아내는 작은 방에서 넋이 나간 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내를 안아줬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어떤 반응이 필요했을까.


사건이 있었던 안방의 이불은
다용도실로 옮겨져 있었다.

나는 세탁기부터 돌렸다.


그리고 말없이
주방에 쌓여 있던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 밥을 챙겼다.


금세 밤이 되었다.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기차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을 운전하면서
중간에 차를 세우지도 않았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이 사건이
몇 년 뒤 가정법원까지 이어질 줄은.


이혼 때문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