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은 이해하셨다

사건 이후의 시간

by Always

아내는 며칠 후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출석했다.
출석 통지를 받고 작은 노트에
결혼 전부터 사건까지의 기록을 빽빽히 적었다.


한 줄 한 줄 적어가며
안 좋은 기억들을 떠올렸을 아내를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살면서 경찰서에 출석해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회사와 집을 오가며
가능한 평소처럼 지내려고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조심스럽게 엄마와 연락이 다시 시작됐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하고만 연락하고 지내도 괜찮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전화를 드리고
안부를 묻고 평소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의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다.


엄마는 술을 좋아하셨다.
술을 드신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됐다.

“사과를 받아야겠다.”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조금은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는 점점 잦아졌고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게 가족이냐.”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백 번, 천 번 말했다.
‘어떤 가족이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몇 달을 위태롭게 지내는 동안
법원에서 아내를 불렀다.

당연히 엄마에게도 출석일이 통지되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재판 잘 받으라는 말도 안 되는 격려를,
그렇지 않을 때는 출석일에 법원에 찾아가겠다는 협박을 하셨다.


결국 아내는 친한 언니와 함께 재판을 다녀왔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 또한 엄마의 기분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 균형은 생각보다 위태로웠다.


그리고 결국,
그 균형이 깨지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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