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G)가 결여된 혁명들(3/7)

홍콩 우산혁명

by 감각의 풍경

2.2 홍콩 – 사라진 자유의 외침

우산혁명 시위 현장, 출처: wikimedia

2014년, 홍콩의 거리는 노란 우산으로 가득 찼다.

'우산혁명'이라 불린 이 시위는, 중국 본토가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에 개입하려 하자 촉발된 시민 저항이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심을 점거했고,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진정한 보통선거”를 외치며

79일간의 장기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혁명은 구조로 이어지지 않았다.

요구는 있었지만,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우산혁명 시위 현장, 출처: wikimedia

시위는 해산되었고,

중국 정부는 더 강력한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홍콩의 자율성을 사실상 박탈했다.


그 이후 홍콩의 정치 운동은 빠르게 위축되었고,

2020년대에 이르러 주요 활동가들은

체포되거나 망명했다.

홍콩은 다시 말 없는 도시가 되었고, 우산은 접혔다.


감정은 타올랐지만, 제도적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것이 G가 없는 혁명의 가장 슬픈 전개다.



2.2.1 푸코: 성의 역사, 생명정치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푸코는 『성의 역사』에서 근대 권력이 금지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를 규정함으로써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는 서구 사회에서 ‘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독립적인 삶의 영역이자 담론적 대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탐구하는 저작이다.

푸코는 모든 개인이 ‘성’을 가진다는 관념 자체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임을 지적하며, 성이 본질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회적‧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강조한다.

이 책의 1권에서 푸코는 서구 사회가 17세기 이후 성을 억압해 왔다는 ‘억압 가설’을 비판한다.

그는 오히려 이 시기에 성에 대한 담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의학, 종교, 교육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성이 과학적으로 탐구되고, 고백과 규율의 대상으로 관리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결혼 제도 밖의 다양한 성적 정체성(아동, 동성애자, 범죄자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성이 사회적으로 분류되고 규정되는 과정이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푸코는 성이 억압의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권력과 지식의 체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생산되고 관리되는 담론임을 밝힌다.
『성의 역사』는 성을 둘러싼 억압과 해방의 이분법을 넘어, 권력, 지식, 담론, 주체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며, 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논의를 새롭게 제시한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홍콩 시민들은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해야 변화가 가능할지,

어떤 구조를 통해 그 말이 수렴될 수 있을지를

상상할 수 없었다.


푸코가 말하는 ‘생명정치’는 여기서 역설적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살아 있고, 움직였고, 저항했다.

그러나 그 삶은

어떤 제도로도 번역되지 못했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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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코의 '생명정치'

푸코는 근대 이전의 권력을 주권권력으로 규정하며, 이는 군주가 신민의 생사여탈권을 쥐는
“죽게 하거나 살게 내버려 두는(making die and letting live)” 권리로 특징지어진다고 보았다.

주권권력은 죽음의 위협과 처벌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법과 영토, 군주의 절대적 권한에 기반한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권력은 점차 생명권력으로 전환된다.

생명권력은 “살게 하거나 죽게 내버려 두는(making live and letting die)” 권력으로,
인구의 건강, 출산, 위생, 질병 관리 등 생명 그 자체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개인의 신체를 규율하는 권력과 인구 전체를 조절하는 권력이 결합되어, 인간의 삶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생명권력은 단순히 억압이나 통제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긍정적 관리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동시에, 집단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간주되는 이들을 배제하거나 제거하는 폭력적 측면도 내포한다.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국가와 제도가 어떻게 인간의 삶 전체를 관리하고,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설정하며,
사회적 통제와 배제의 논리를 만들어내는지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2.2.2 하버마스: 공론장 이론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여기에 미얀마 혁명에서도 언급한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은 중요한 보완적 통찰을 제공한다.


『의사소통 행위이론』에서 그는, 공론장은 단순히 말하는 공간이 아니라 제도화된 의사소통의 장치라고 말한다.


홍콩의 광장은 열려 있었지만,

그 광장을 통해 헌법이 바뀌거나

제도가 수정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봉쇄되어 있었다.


말은 있었지만,

구조적 경로는 처음부터 막혀 있었던 것이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홍콩의 실패는 단지 중국의 억압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혁명 주체가 요구한 세계가 어떤 헌정 질서를 갖추고 있어야 했는가에 대한 상상력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2014년의 외침은 날카로웠지만, 그 외침이 머물 공간은 없었다. 감정은 구조를 만날 수 없었고,

혁명은 무너졌다.


구조는 단지 법이 아니다.

구조는 말이 머무는 방식이며,

감정이 증발하지 않도록 받쳐주는 설계다.

홍콩은 말했고, 분노했고, 꿈꿨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담을 그릇은 없었다.

말이 존재하지만
구조가 없는 혁명은,

증발한다.


2.2.3 혁명 저지 세력의 공론장 붕괴 전략


홍콩은 미얀마보다 정교하게

공론장 붕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미얀마와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이 두 사례는

혁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을 알려준다.


혁명 세력은 반드시 혁명 저지 세력의

공론장 붕괴 전략을 정밀히 분석해야 하고,

붕괴전략에 맞서

공론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혁명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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