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G)가 결여된 혁명들(4/7)

이란 녹색혁명, 미얀마-홍콩-이란 비교분석

by 감각의 풍경

2.3 이란 – 신정 체제 속의 녹색 분노

이란 혁명 시위 현장, 출처: wikimedia

2009년, 이란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거대한 정치적 저항이 일어났다.

개혁파 후보 무사비가 예상보다 훨씬 낮은 득표율로 패배하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녹색 스카프를 두르고,

“어디 내 표는?”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녹색운동’을 시작했다.


여성, 청년, 중산층 지식인들이 주도한 이 저항은 이란 사회가 오랜 억압을 뚫고 터뜨린 희망의 목소리였다.

이란 혁명 시위 현장, 출처: wikimedia

그러나 혁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도부는 체포되었고,

수많은 시민이 구금·고문·살해당했다.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력한 억압 장치가 가동되었다.


선거제도 개혁, 언론 자유, 여성 권리 확대 등 시민들이 요구했던 구조적 변화는 단 한 가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감정은 분명했고, 윤리는 강했지만,

구조는 끝내 형성되지 않았다.



2.3.1 푸코, 레비나스, 하버마스

푸코, 레비나스, 하버마스, 출처: wikimedia

푸코는 1978년 이란 혁명 직전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의 저항을

“정치 이전의 영적 봉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성의 역사』 이후 후기 사유에서, 권력은 억압이 아니라 삶을 조직하는 기술적 장치라고 보았다.

이란 신정 체제는 바로 그런 권력의 전형이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이란은 감시와 통제, 교육과 언론, 사법과 종교를 하나의 구조로 묶어 삶의 전 영역을 장악하는 권력 구조다.


녹색운동은 이 장치들에 대한 윤리적 분노였지만,

그것을 제도적으로 해체하거나

재구성할 설계력은 부족했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레비나스의 사유는 이 사건의 내면을 보완한다.

그는 “윤리는 타자의 얼굴 앞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란 여성들의 눈빛, 청년들의 외침, 희생자들의 사진은 모두 타자의 얼굴이다. 그러나 그 얼굴은 헌법으로 번역되지 못했고, 법정에서는 부정당했다.

윤리는 있었다. 그러나 윤리를 지탱할 제도가 없었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하버마스의 이론은 또 다른 관점을 준다.

그는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법적 제도가 시민의 의사소통 구조를 수용하지 못할 때, 정당성 위기를 겪는다고 본다.


이란 체제는 의사소통을 차단했고,

시민들의 요구는 제도에 닿지 못했다.

결국 이해되지 못한 말은 탄압되고, 제도는 닫혔다.


*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은 근대 사회에서 법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의사소통이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저작이다.

그는 법이 단순한 사회적 사실(사실성) 일뿐 아니라 정당화될 수 있는 규범적 타당성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와 공론장,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하버마스는 법의 정당성 조건으로 사회적 효력과 윤리적 정당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즉, 법은 실제로 지켜질 뿐 아니라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러한 절차는 담론 윤리와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토대로 한다.

그는 근대 민주주의의 이상을
‘자율적인 법적 공동체’에서 찾으며,
시민사회의 공론장이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법과 정치, 사회통합의 문제를 아우르며,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과 시민적 소통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하버마스는 법의 미결정성과 적용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합리적 토론과 참여를 통해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성과 타당성』은 현대 숙의 민주주의 이론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2.3.2 혁명 저지 세력의 공론장 붕괴 전략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이란은 가장 철저하게 공론장을 붕괴시켰다.


세속적 공론장과 종교적 공론장은 연결되어 있었고,

세속적 처벌은 종교적 처벌을 포함하며,

혁명 저지 세력은 혁명세력의 모든 공론장을 장악하고 철저하게 붕괴시켰다.


이란은 감정을 분출할 수 있었지만,

그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법적, 종교적, 담론적 구조는 애초에 봉쇄되어 있었다.


푸코의 말처럼, 권력은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말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힘이다.


이란의 혁명은 구조를 말할 수 없게 된 순간,

실패가 예정된 것이었다.


이란 혁명은 종교가 세속과 분리되지 않았을 때

혁명 저지 세력이 얼마나 강한 권력을 갖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녹색운동은 윤리적 분노의 총합이었다.

그러나 그 분노는 법과 제도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것은 영혼이 있었으나, 육체를 갖지 못한 혁명이었다. 아니,

혁명 저지 세력은 혁명 세력이
결코 육체를 갖지 못하게

철저하게 성과 속을 지배했다.

이것이 구조(G)가 없을 때 발생하는 세 번째 실패다.





<미얀마, 홍콩, 이란의 혁명 저지비교분석>

© 휘각(揮珏).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푸코, 아렌트, 하버마스 철학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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