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차박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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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면서

매일매일 떠오르는 해지만... 

by 수련 Mar 09. 2025

결혼생활 32년간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갔었나 생각해 보니 작정하고 간 적이 없다.

매년 뉴스에서 바닷가 또는 산 정상에서 1월 1일 해돋이를 보겠다고 모여든 인파를 보면, "왜 추운데 고생을 해가며 멀리까지 가서,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해를 보러 힘들게 갈까? 참 대단한 열정들이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놀러 가서 우연히 해돋이를 보길 바랐던 적은 있지만, 스스로 맘먹거나 아님 그냥 훌쩍 떠나는 여행으로도 간 적은 없다. 나와 남편은 그런 면에서 사서 고생을 하는 타입은 아닌듯하다.

그리고 추위를 끔찍이 싫어하는 나는 특히 겨울에 움직이는 걸 매우 귀찮아하는 이유도 있다.

아니, 모든 건 핑계고 관심과 열정, 낭만이 없는 탓일 게다.


작년에 명퇴를 하고 1년간 하고 싶은 걸 신나게 했다. 

요일별로 학교에 다니듯 평생학습관, 도서관, 문화센터를 다니며 취미부자로 바쁘게 지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라는 강의 제목에 혹~하여 신청했던 글쓰기 강의가 끝날 무렵, 아쉬워하는 수강자 몇 명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독후감 숙제를 가장 싫어했던 내가 마감의 압박과 성취감등을 느끼며 작은 과제를 해나갔다.

직장에서 해야 했던 작업목표와는 전혀 다른 자발적인 일이었지만, 스트레스와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는 묘한 경험이었다. 


24년 12월 연말 모임에서 우리 동아리는 25년도에 하고 싶은 계획과 목표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1년 24권 책 읽기, 신문구독하여 읽기, 일기 쓰기, 아침운동, 주 2회 저녁 요가, 도서관 주 3회 가서 놀기-


내가 계획한 25년도 할 일이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걸 지키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벽하진 않지만, 70~80%는 지켜나가고 있다. 이쯤에서 나를 칭찬한다.


과한(?) 취미활동으로 지쳐있던 나는,  1년간 내가 해온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장님의 도움으로 나의 성향과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며 글을 쓰고 마무리했다. 먼저 지친 몸을 끌어올리기 위해 운동을 1순위로 두고, 나머지들도 소박하게 목표를 세웠다. 


인생 2막을 준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혼선이 계속 있을 예정이지만, 방장님과 동아리 회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부끄럽지만 브런치 작가 등록에도 도전해 보았다.


24년 연말이 특별했던 이유도 있고, 마음의 여유도 생겨서일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25년을 맞이하는 1월 첫날 남편과 가까운 곳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세마대 가는 길은 차량통제를 하고 있었고, 당초 계획대로 '보통리 저수지'로 향했다.

가까운 곳이라 새벽 일찍 안 나가도 되니 맘도 가벼웠다. 라면과 간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차 안에서 쉬다가 오기로 했다. 산책로 데크길에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몇 모여있었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추위를 맞서며 상쾌히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해 뜨는 방향이 산등성이에 막혀서 예정시간보다 좀 더 늦게 볼듯하다. 세마대 정상에 올라갔으면 훨씬 멋진 해를 빨리 봤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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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린 끝에 산자락이 붉게 물들며 해가 뻐끔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별로지만 눈으로 봤던 기억 속의 해는 황홀했다. 동해의 푸른 수평선에서 맞이하는 해를 보는 맘은 어떨까 생각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단히 멋진 해돋이 풍광은 아니었지만, 작정하고 나와서 내 눈앞에서 이글이글 불타오르며 떠올랐던 해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내가 해를 보겠다는 마음을 품은 만큼 떠오르는 해도 내게 멋진 선물을 주었다.


파란 하늘과 구름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궂은 날씨나 어두운 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은 춥기도 하거니와 계절우울증도 있어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당연다 생각했던 고마운 해를 이제야 찬찬히 볼 여유가 생긴 건까?


50대 이후가 되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사치를 알아가면서, 모든 것들이 1/10의 거리로 마음 가까이 다가온 듯하다. 

오늘의 해와 내일의 해가 다르듯이...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도 다르겠지. 

25년이 인생 2막의 터닝포인트가 되길 꿈꾸며 오늘도 떠오른 태양을 찬란히 바라본다.


남편이 은퇴하는 올 연말에 25년을 예쁘게 마무리하고, 12월 31일 동해 어느 바닷가에서 차박을 한 후 26년 1월 1일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해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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