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돌아 고마워
부산 기장 '해광사'를 놀러 갔다 바다를 거니는데 돌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내가 좋아하는 버건디(?) 색깔에 동글동글 크기도 아담한 게 맘에 들어 가져왔다. 사무실에 갖다 두기도 하고, 기분이 나쁠 때 솔로 박박 씻겨주기도 했다. 마치 내 영혼의 때를 벗기는 것처럼.
짱구에 나오는 맹구 같아서 이름도 '맹돌이'로 지었다.
어느 날 5살 아이 한 명에게 맹돌이를 자랑했는데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얘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냐고 물으니 '여기 에어컨(히터) 틀어서 덥잖아요'라고 했다.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돌은 뜨뜻한 히터 바람이 아닌 파도와 바닷바람을 맞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바다로 데려간다 해도, 원래 돌이 있던 자리는 절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전의 돌과 만난 후의 돌은 분명 다르다.
인연도 그러하다. 맹돌이가 수천 개의 돌 중 내 눈에 띄어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처럼, 어떤 사람을 알고 나서는 절대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행여 그 인연이 악연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해야 하나. 맹돌이를 씻겨주고 소중히 다룬 것처럼, 지금 내게 다가온 인연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정답이겠지. 그리고 때가 되면 파도에 밀려가듯 자연스레 보내주는 것이 인연이겠지.
어찌 됐건 맹돌이는 정말 나에게 의미가 있다. 맹돌이 이야기를 계기로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