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hile의 Breakfast Networking
사진출처 ; pexels-javon-swaby-197616-2762553
“일본에서 왔니?”
“아니, 나는 한국사람이야”
“오, 이런 데서 한국사람을 만나다니 반갑네!”
어제와 오늘,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있었던 두 개의 국제행사장에서 있었던 대화 꼭지이다.
어제는 아침 일찍 토론토 다운타운으로 출근을 했다.
CN타워 바로 옆에 자리 잡은 Innovation Centre에서 아침을 줄 테니,
와서 자기들 말을 좀 들어보라는 콜이 있었다.
칠레 영사관에서 개최하는 Pro-Chile 행사인데,
칠레소재 농, 수산물 업자들이 캐나다에 와서 자기네 물건을 팔아보려고 하는
Breakfast Networking이다.
Pro-Chile는 한국의 KOTRA와 같은 조직이다.
오랜만에 뱃속을 치즈로 코팅도 할 겸,
목울대에서 영어란 놈을 턱걸이 훈련도 시킬 겸,
아침 일찍 길을 나섰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어찌나 길이 막히는지, 몇 번을 되돌아갈까 하고 망설였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토론토 다운타운의 러시아워는 투망에 걸려든 꼴뚜기 떼처럼 ‘날 잡아 잡수!’하고
차가 알아서 빠지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Pro-Chile에서는 이를 알았는지 8시 반부터 아침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턱도 없다.
조금 늦게 도착을 해서 보드룸(board room)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들이 별로 안 보인다.
“그러면 그렇지 이 아침에 누구인들 별수 있겠어!”
이때 안경을 낀 칠레의 여자 상무관 한 명이 다가와서 살갑게 말을 건네는데,
위 글 꼭지에 적은 대화 내용들이다.
조찬회 상차림은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급한 대로 커피 포트에서 커피 한잔을 따라서 돌아서는데 여전히 그 상무관이 따라온다.
무척이나 반갑다는 표정인데,
추측컨대 그래도 좀 일찍 온 사람이라는 것이 첫째 이유일 것이고,
둘째는 하얀 밥에 톡 얹혀진 현미 같은 외모가 아닐까 싶었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캐나다에 뭘 좀 팔아보려고 기획한 행사인데,
한국사람이 두 명이나 제 발로 들어왔으니(나랑 같이 간 동업자까지),
한국에도 덤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던 건가?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조금은 뜬금없이 자기네 나라는 인구가 2천만 명이고, 경제 규모도 350 빌리언달러인
small country라는 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걸 누가 물어봤냐고요?’
‘나, 너네 나라에 두 번이나 갔었거든!’
칠레 상무관이 자기 나라를 아주 작은 나라라고 순진하게 표현한 내면에는
접대용 말로 누구에게나 다 그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한국이 그만큼 위대한 나라라는 것 일 텐데…
무역업을 오랫동안 해온 내 경험상으로, 최소한 요즘은 그렇다!
K- culture, K- food, K- beauty, K- made, K-... 덕분이다.
뭉뚱그려 K-contents라고 하자.
덕분에 요즘은 어딜 가나 한국사람이고 말하는 것이 떳떳하다. 아니 폼도 난다.
K- politics는 개ㅍ(?)이지만, 다행히 남의 나라 사람들은 남의 나라 정치에 그리 관심이 없다.
조찬은 이 친절한 아줌씨 덕분에 달랑 커피 두 잔에 과일 반접시로 마감했다.
이런저런 응수를 하느라 입은 바빴는데, 내심은 이랬다.
‘아, 난 아침도 안 먹고 작심하고 왔단 말이야!’
이런 회의는 늘 그렇듯이 주최 측의 프레젠테이션 보고,
행사 제목에서 이미 감잡은 빤한 말을 듣고,
영어는 잘 못 알아들어도 자주 웃어주고,
박수 많이 쳐주면 끝나는데…
이전하고 다른 점은 회의 내내 ‘Tariff’(관세)라는 용어가 많이 회자되었다.
핵심은 칠레의 농, 수산물은 관세도 없고 하니, 캐나다 너희들은 미국하고 힘 겨루기 하지 말고
자기네 것으로 식탁을 좀 채워라. 하는 메시지였다.
대놓고 남의 싸움판에 끼어들어서 어부지리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혼자 주접을 떠는 미국은 왕따 시키고,
우리끼리 잘해 보자는 쑥덕거림이다.
졸지에 타의에 의해, 마치 한국을 대표하는 듯하게 된 나도 동조를 한 것 일 테고…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에 부쩍 늘고 있다.
오늘 방문한 SIAL 쇼도 그랬다.
지난 글에서 밝힌 보스턴 씨푸드 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명색이 미국 땅에서 벌어진 쇼인데, 대놓고 우리끼리 새 판을 짜자는 말들이 오고 갔다.
글쎄, 미국이 쉽게 왕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입장에서도 큰 일인 것은 맞을 텐데,
트럼프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지 오늘도 골프나 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일탈 행위를 정당화하고, 고립을 자초하는 자기 충족적 악순환에 빠져 있음을 얘기하는 학자가 많다. (낙인이론, Labeling Theory)
왕따는 단지 말이나 행동의 배제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왕따를 자처한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존 동맹 및 협력체 내 응집력이 미국의 배타적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미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패권국가가 제구실을 못할 때, 이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응집을 해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며, 국가 간 응집력의 재 구성을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된다.
따라서 기존 패권국가의 고립은 단순한 경제정책 실패가 아닌 국제사회 내 '왕따’ 현상으로 오랫동안 전개될 수 있음을 예견하고 있다. (응집이론, Cohension Theory).
어제와 오늘, Pro-Chile의 행사와 SIAL을 연속해서 참관하고, 무역전쟁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미국과 이에 대응하는 나라들을 보면서,
죠셉사무엘((Joseph Samuel Nye Jr.)의 'Soft Power' 에 대한 통찰이 생각났다.
김구선생의 '문화의 힘'과도 일맥상통하는 혜안이다.
“21세기 국제정치에서 진정한 영향력은 무력(Hard Power)보다 매력(Soft Power)에서 나온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국제 장사꾼인 나에게는 둘 다 K- Contents를 이르는 말로 들린다!
다음 글은 SIAL 참관기를 실을 예정입니다. 이 쇼에 참가한 한국업체들을 배경으로 K-food에 대해 살짝 말하는 것 외에는 스토리의 플롯은 이번 글과 비슷합니다. 프롤로그에서 이미 밝힌 바 있듯이, 제 편견이나 주장이 많이 반영된 글이라는 점은 다시 한번 밝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