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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붙어볼래? Elbows up, Canada!

by 메이슨

"Elbows up, Canada” (한 판 붙자!)

“Take off Trump, Canada is not for sale” (저리 가 트럼프, 캐나다는 판매대상이 아냐!)

"Never 51th” (51번째 주? 그럴 일 전혀 없어!)

“Stay in your own lane cheat-o.” (네 일에나 신경 써 사기꾼 같으니!)

True North strong and PEEVED” (캐나다는 강해, 하지만 지금은 엄청 짜증 나 있어!)

* True North는 캐나다인들이 자기 나라를 자부심에서 부르는 이름임.

캐나다 국가(national anthem)에는 ‘The True North strong and free’라는 가사가 있음.

위는 최근에 반 트럼프 시위를 벌이며, 캐나디안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내용들이다.

데모 선진국인 한국의 것에 비하면, 중구난방에 어떤 것은 조잡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설퍼 보이기는 하지만, 캐나다는 시위자들이 손으로 그린 것을 직접 들고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순박한 진심을 엿볼 수 있다.

나에는 이런 경우에 표현하는 이들의 날 선 비속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어떤 것은 시위자의 수준을 인정해야 할 만큼 현학적인 것도 있다.

‘Forever Neighbours, Never Neighbors’라는 피켓은 엘론 머스크가 X에 올려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 이는 ‘이웃’을 표기하는 영어 단어에 캐나다는 ‘u’가 들어가고, 미국영어에는 없는 것에 착안하여, ‘영원한 이웃은 Ok, 미국이 생각하는 그런 이웃은 No.’라는 의미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무력으로 합병하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으니, 이제는 이웃이라고 인정하기도 싫다는 항의이다.


여기에 캐나다의 유명 가수인 Jim Cuddy가 “We used to be the best of friends(우리는 예전에는 절친이었어)”라는 신곡을 때맞추어 발표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겨났다. Cuddy의 노래는 viral 해져서 2주 만에 YouTube에서만 125,000회 이상 조회되었고, 시위 현장의 애창곡이 되었다.

* 이 곡 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b5jgJZWG7aY


이러한 캐나다인들의 애국운동을 주도하는 NGO 단체는 "Elbows-up, Canada”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 용어는 캐나다 국민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서 나온 말로, 팔꿈치를 높게 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반칙을 말하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벌점과 퇴장까지 연결되는 심각한 행동이다.

하지만, "나, 준비됐어!" 또는 "자, 한 판 해보자!"의 느낌으로, 뭔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는 태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트럼프의 막말에 대항하여, 캐나다의 자주성과 단결을 상징하는 전국적인 애국운동의 슬로건이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는 백 년 넘게 이웃(neighbours)으로 지내면서 양 국민의 우호친선은 말할 것도 없고, 산업도 한 지붕 두 체제를 유지해 왔다. 마치,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이다.

대표적인 형태가 자동차 제조 협업이다.

한 예로, 캐나다의 Magna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는 북미 최대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데, Benz부터 인도의 Tata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차종을 OEM으로 만들어 낸다. 그런데 왜 자동차 부품회사로 분류되는가 하면,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와 Tesla의 전기차까지 거의 완전체로 생산해서 납품을 하는데, 미국에서는 여기에 껍데기 하고 명패만 붙여서 시장에 내놓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축된 supply chain은 멕시코의 부품업체까지 연결되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엄밀히 말하면 조립 산업이지, 순수한 형태의 제조업이 아닌 것이다.

이런 supply chain을 트럼프는 자국 내의 온전한 생산으로 바꾸어 놓으려고,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얼마나 다양한 supply chain을 구축하고 있느냐가 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가 되었고, 이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 이후 세계경제 질서를 자유무역 형태로 재편해 온 미국의 주도하에 있다. 80년 동안 자기들이 이룩한 세계적인 신경망 시스템을 지금의 트럼프 정권은 충분한 이론적 검증이나 역사적인 거증(擧證)도 없이 송두리째 뿌리 뽑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것을 관세를 앞세워 해결하려는 이들의 정책이 고스란히 미국시민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인데, 이 사실을 정작 이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세 당시의 잘못된 리드에 사람들은 여전히 미혹되어 있는데, 관세란 미국 시민을 위한 수출국의 징벌적 세금이고, 이를 트럼프가 거두어서 자기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준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설마 그럴까?


오죽 답답했으면, 캐나다 정부가 나서서 미국 곳곳에 아래와 같은 배너 광고를 하고 있을까!

공식적으로 Canada 정부의 로고까지 넣어서 "관세는너희가 부담하여야 할 세금이야!"라며 계몽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큰 아들이 혀를 차면서 전하는 팩트도 동일하다. 잘 나가는 대형 보험회사인데 그 대다수 직원들이 - 명색이 금융맨들인데 - 관세는 수출국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단다.


이들의 호주머니가 빡빡해지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즐비하게 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어서야, 진실을 알게 된다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이들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이다.

최근에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명문 대학의 많은 교수들이 캐나다 대학으로 이주하고 있다. 공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된 현장에서, 이들의 눈에 보이는 미국의 미래는 어떤 것이길래...


캐나다의 미래도 더불어 걱정이다.

3월 28일에 Prime Minister(연방정부 수상) 선거를 앞두고, 모든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미국과의 친교는 끝났다. 힘에는 힘, 관세에는 관세로 맞대응하겠다"고 하는데, 국가 경제의 75%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그것이 진심인지 그리해도 될 것인지가 걱정이다.


그래서 암담한 심정으로 "캐나다, 너 지금 떨고 있니?"를 집필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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