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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산부인과를...

by 다이아

2024년 11월 14일(목) [2]


남편이 퇴원 준비를 위해 집에 가서

엄마와 함께 오후 재활에 들어갔다.


새로운 보호자와 함께하니 괜히 색다른 기분이다.

치료실 사람들이 엄마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재활치료실에 있는 환자들은 대다수 70대 이상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나와 남편을 어려워했다.

엄마가 오니 오히려 분위기가 편안해진다.

게다가 우리 엄마는 꽤 인싸이다.

그녀는 치료실 보호자들과의 수다를 시작한다.


나도 광쌤과의 치료를 본격 시작하려는 찰나

산부인과에서 나를 급하게 호출한다.

수업이 빠르게 종료된다.


뭐지 갑자기?

광쌤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오른다.

엄마가 휠체어의 핸들을 잡아 이끈다.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를 가다니...

괜히 기분이 좀 그렇다.




오후 2시 20분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나는 현재 임신 11주 차이다.


산부인과에선 내가 내일 완전 퇴원하는 줄 알았단다.

금요일엔 L 교수님이 학회 일정으로 병원에 안 계시고 다음 달까지 외래 예약이 이미 꽉 차있어서

오늘 정밀초음파(기형아 검사)를 진행해야겠다며 급히 불렀다고 한다.


사실 지난주 검진에서 교수님이 조심스럽게 얘기했었다.


"아직 10주 차라 이르긴 하는데...

아기의 목덜미 투명대가 좀 두꺼운 편이에요.

심장 부분도... 음..."


심장이 마음에 걸리시는지 초음파를 재차 확인하셨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아기에게 이상이 있는 건지 물었다.


"아직은 심장이 너무 작아서 판단하기엔 일러요.

일단 다음 주까지 목덜미 투명대가 줄어드는지 지켜볼게요."


과연 오늘 목덜미 투명대는 줄어들었을까!


너무 중요한 순간인데

남편이 곁에 없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엄마와 기형아 검사 과정을 함께하려니

더 편치 않은 느낌이다.




우선 초음파 검사실로 간다.

간호사님이 20분가량 초음파를 봐주신다.


아기의 옆모습을 찍는다.

코가 있는 건가?

잘 있는 것 같은데...


아기의 목덜미 투명대를 측정한다.

눈을 부릅뜨고 작은 숫자에 집중한다.

4.8mm


아... 내가 잘못본건가?

이렇게 두껍다고?


목덜미 투명대 검사는

초음파기계로 태아의 목 뒤쪽 피부 밑에 있는

투명한 액체 공간의 두께를 측정하는 것으로

임신 11주~14주 차에 진행하는 굉장히 중요한 초기 기형아 검사이다.


그 두께가 3.0mm 이하이면 정상으로 간주하며

두꺼울수록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기형 혹은 심장 기형 등이 의심된다고 한다.




뒤이어 L 교수님의 진료실로 들어간다.

초음파 촬영이 다시 시작된다.

이번 검사는 정확도를 위하여 초음파 선생님과 교수님, 두 분이서 크로스 체크를 한다고 한다.


"아기 콧대가...

음... 아기가 잘 안보여주네요.


그리고 목덜미 투명대는...

가장 얇은 부분이 4.5mm 정도네요.


이미 알아보셨겠지만

목덜미 투명대가 3.0mm 이상이면

추가 기형아 검사를 진행해야 해요.


이게 두껍다고 해서 반드시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확인이 필요한 수치라 니프티 검사를 우선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

왜 하필 엄마랑 있을 때

기형아 검사 이상 소견을 들어야 하는가!


니프티 검사를 하겠다고 얘기해 두고

터덜터덜 진료실 밖으로 나온다.

뒤이어 상담실에서 곧바로 검사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니프티검사란?

엄마의 피 속에 들어있는

아기의 DNA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선별검사지만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21번, 18번, 13번 염색체를 확인해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위험 등을 미리 확인 가능하다고 한다.


확진검사인 융모막검사, 양수검사는 침습검사라 유산의 위험 등이 있는 반면

니프티 검사는 피검사로 간단하게 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병실에 올라간다.

병실 간호사님이 피를 뽑겠다며 통을 잔뜩 들고 온다.

15통 가까이 피를 뽑힌다.

진이 빠진다.


기형 위험이라니...

제발, 이번에는 행운이 함께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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