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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을 위한... 융모막 검사

by 다이아

2024년 11월 27일(수)

이 날은 아빠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니프티 검사 결과의 충격 속에서

연락 한번 드리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이게 내가 챙겨드릴 수 있는

아빠의 마지막 생신이었다.


아픈 것 자체도 불효였는데

아주 불효를 켜켜이 쌓았구나.


아빠,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리고 너무... 너무 보고싶어요.




2024년 11월 28일(목)


오전 8시부터 산부인과에서 대기 중이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바글바글 하다.


한국 저출산 국가 맞아?!라는 의문을 뒤로한 채

약 30분 정도 기다려서 진료실로 들어간다.

침습 시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엔 남편 없이 혼자 들어간다.

으으, 혼자라 더 떨린다.


수술대, 아니 시술대에 무서운 도구들이 즐비하다.

긴 호스가 달린 주사기 같은 게 눈에 띈다.

눈을 질끈 감고 베드에 눕는다.


L 교수님이 들어온다.

간호사님들과 함께 시술 준비가 시작된다.


소독약(빨간약으로 추측)이 배에 계속해서 덧대진다.

소독에 소독의 소독을 끝내고 나니

초음파기계와 주삿바늘이 세팅된다.


내가 오늘 하는 검사는 융모막검사.

초음파로 아기의 위치 등을 정밀하게 파악해

융모막(태반)을 바늘로 찔러 채취한다고 한다.


"시작할게요."


교수님이 초음파를 보며 이런저런 것을 체크한다.

배 속으로 불편한 기운과 함께 바늘이 들어간다.

배에 긴 호스가 연결된 것이 보인다.


그 후 교수님이 내 배를 10번 정도 꾹꾹 누른다.

간호사님도 박자에 맞춰 펌프 같은 것을 누른다.

압력을 조절해서 바늘에 연결된 호스로 융모막을 채취했던 것 같다.


배가 울렁울렁, 뻐근뻐근.

불편함을 2~3분 정도 참으니 검사가 종료되었다.

교수님이 시술 후 아기에게 큰 탈이 없음을

초음파 심장소리로 확인시켜 준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아기의 심장소리와 함께 마음속 불편함이 차오른다.

처음 심장소리를 들을 땐 설렘만 가득했었는데...


"고생하셨어요, 다이아님.

오늘은 재활치료 하시지 말고 푹 쉬세요."


검사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교수님께 물어본다.


"업체에 직접 전화하면 1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결과 나오면 바로 부를게요."


억겁과 같은 일주일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진료실을 나온다.


간호사님이 나를 상담실로 다시 부른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2주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다시금 안내받는다.


교수님의 말이 더 정확하겠거니 여기며

진료실 밖으로 나온다.




목덜미 투명대 검사와 니프티 검사

결과가 두 번 다 너무 좋지 않았기에

마음의 준비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특히 니프티 검사는 선별검사임에도

다운증후군 진단 정확도는 매우 높다 하고

99/100 확률이 뒤집히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한다.

인터넷상에서도 사례가 안 보이는 그런 기적.


융모막 검사는

마지막 1%의 희망을 없애는

잔인한 확인절차일 뿐이라 느껴졌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울 수밖에 없었다.


나도 지금 장애인인데...

내가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까?

사실 이미 내 마음속 답은 아니다로 정해져 있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아가야, 이기적인 엄마라 미안해...


기형아 검사 결과가 알려지자

내 임신을 축복해 줬던 주변 사람 대다수가

그 누구보다도 비정하게 돌아섰고

아기를 버리라 조언했다.


게다가 남편은 나보다 더 단호한 No였다.

그렇기에 더욱 눈물이 마를 새 없었다.


융모막 검사는 통증이 심한 검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아기를 보내기 위한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

그 어떤 통증보다 쓰리고 아팠다.




융모막 검사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있던 찰나

아빠에게서 걱정 어린 연락이 왔다.


최대한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게

담백하게

괜찮은척

카톡을 적는다.

눈물로 글자가 흐려진다.


남편의 포옹이 나를 감싼다.

그 위로 아빠, 엄마, 언니의 위로가 켜켜이 쌓인다.


그래도

이 순간에

나를 걱정해 주고 보듬어주는

가족들과 함께라 너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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