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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이겨내는 떡볶이의 힘

by 다이아

2024년 11월 26일(화)


오전 재활을 마치고 신나게 간식을 먹고 있는데 산부인과에서 내려오란다.

양수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엥? 그건 16주는 지나야 하는 거랬는데

저는 아직 13주인데요?"


신경과 간호사님을 통해 재차 확인했으나

양수검사가 맞으니 내려오란다.


어리둥절한 마음에

L교수님과 진료 후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1시에 진료받으러 내려오란다.

머리 한편에 식은땀이 난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남편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산부인과로 출발한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교수님이 인사를 건넨다.

평소와 다르게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


"오늘은 니프티 결과가 나와서

추가 검사를 해보려고 불렀어요.


니프티에서... 다운증후군으로 결과가 나왔어요.


양수검사는 16주는 되어야 할 수 있는 게 맞고요.

융모막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불렀어요."


다운증후군이요?

눈앞이 캄캄해진다.


얼레벌레 검사를 하겠다고 의사를 표현을 하고 진료실을 나온다.

간호사님께 니프티 결과지를 달라하니 창구에 가서 뽑으라고 안내받는다.


침묵과 함께 창구에 도착해서 결과를 인쇄한다.

21번 삼염색체

상대적위험도 99/100


캄캄했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명치가 답답해진다.


나도 알았다.

나쁜 결과일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고 기대했었다.


나도 안다.

울어봐야 달라질 건 없다.

그렇기에 눈물을 그치기 위해 노력한다.

훌쩍이는 내 어깨를 남편이 토닥인다.

오히려 서러움이 폭발한다.


"괜찮아? 재활 갈 수 있겠어?"


눈물이 슬그머니 들어간다.

너 T야?




오후 2시

재활치료실에 도착하니

광쌤이 깜짝 놀라며 말을 건넨다.


"다이아님, 무슨 일 있으세요?"


어제 잠을 못 자서 컨디션이 안 좋다 둘러댄다.

다른 화두를 꺼낸다.

주식 얘기를 시작한다.

광쌤은 열정적인 개미 투자자이다.

그리고 나는 증권사 직원이다.

서로 환장하고 달려드는 화두이다.


물론 내가 주식 쪽 부서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풍월을 읊는 서당개 정도는 된다.


한창 잡담을 나누다 보니

슬펐던 감정이 눌리기 시작한다.

이후 작업치료, 기구재활까지 마친다.

한결 기분이 낫다.


사람들과 인사하고 남편과 함께 병실로 올라간다.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침묵과 함께 우울감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세상이 원망스럽다.

병실에 도착해서 등을 돌리고 눕는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남편이 내 등을 토닥여준다.

억울함이 더더욱 벅차오른다.


"우리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까?"


입맛이 없다고 대답한다.

여전히 눈물은 그쳐지지 않는다.


"우리 떡볶이 먹자."


남편은 떡볶이를 많이 좋아하진 않는다.

이 모든 현실에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음에도

나보다 더 노력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우울했던 감정이 조금씩 쓸려내려 간다.


"응... 떡볶이 먹자."


절대 떡볶이 때문에 풀린 게 아니다.

남편의 정성과 마음 때문이다.

응.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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