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했었던
융모막 검사 결과는 계속해서 오리무중이다.
아무리 간호사님들을 재촉해도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고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뱃속의 아기는 계속 크고 있을 텐데...
아니, 크고 있는 게 맞을까?
혹시 벌써 심장이 멈춘 건 아닐까?
아기가 심장이 약하댔는데...
나는 현재 임신 14주 차.
입덧도 크게 없었고 배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기를 감당할 수 없다 여기고 있어
아기가 숨어버린 것일까?
하루하루 불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꾸역꾸역 재활을 해나간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최근 재활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허벅지까지 침범했던 조임 및 저림 통증은 서서히 무릎 근처까지 내려갔고
발목의 감각도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앙상했던 종아리 근육도
조금,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한다.
희망과 죄책감
모든 감정을 떠안고 힘겹게 시간을 흘러 보낸다.
2024년 12월 5일(목)
한창 운동치료 중 광쌤이 앞에서 손을 잡아준다.
우선 일어나 보란다.
그대로 걸어보자고 한다.
으악! 무... 무서운데?
"저랑 있을 때 이런저런 모험을 해보셔야 해요.
계속하던 것만 하면 걸을 수 없어요."
그의 말에 용기를 내어 뒤뚱뒤뚱 걸어본다.
승모근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힘을 풀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날부터 나는 보행기로부터의 독립은 시도했다.
보행기를 팔로 꽉 잡는 걸 그만둬서 그런지 다리 쪽에 힘이 더 돌아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는 거리를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조금씩 조금씩 늘려나가 본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보조기구의 도움 없이
걷는 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격양되기 시작한다.
2024년 12월 7일(토)
엄마, 아빠에게 지난 주말 일탈 후기를 전하자
이번엔 넷이 함께 병원을 탈출해 보자고 하신다.
저번과 같이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나보다도 엄마, 아빠가 신나 보인다.
뿌듯함을 느끼며 병원 근처에 샤부샤부집으로 출동한다.
밥을 먹으며 하하 호호하다 보니
어느덧 다 같이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다.
엄마, 아빠 모두 아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검사결과가 왜 안 나오느냐고 재촉한다.
병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더 큰 병원 가라는 얘기가 또 나오기 시작한다.
서로 간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엄마, 아빠, 나는 서로 눈빛을 나누고
급히 대화를 종료한다.
가게에서 빠르게 빠져나온다.
찬바람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와 아빠에게 내 재활의 성과를 보여준다.
이젠 부축을 받아 조금씩 걸을 수 있다고 자랑하자
아빠가 부축을 자처한다.
휠체어에서 일어나본다.
아빠와 손을 잡는다.
이번에도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조심스럽게 병원 앞마당을 걸어본다.
기뻐하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가슴이 다시 몽글몽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