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3일(금)
융모막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다시 퇴원주기가 돌아왔다.
E 대학병원에는 한 달 이상 입원해 있을 수 없다.
추가 재활이 필요하면 퇴원했다 재입원해야 한다.
하여
12월 13일(금) 퇴원하고
12월 16일(월) 재입원해서
12월 17일(화)부터 다시 재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융모막 검사 결과도 재입원 이후에 나올 거라 한다.
* 융모막 검사는 11월 28일(목) 진행
서초의 유명한 함X병원에서 융모막검사를 하면
24시간이면 1차 검사결과를 알려준다는데!
여기선 어째서 2주가 지나도 안 나오는 걸까?
E 대학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내 상황이
너무나도 원통하다.
원통함을 잠재우고 즐거움을 끌어올리기 위해
퇴원해서 뭐를 먹을지 생각해 보지만
저번 퇴원주기 때에 비해 열정이 떨어진다.
한번 해봤다는 익숙함 탓일까
나를 잠식한 우울함 탓일까
우울감을 잠시 뒤로 하고
남편과 함께 퇴원을 위해 열심히 짐을 싼다.
우울에는 일상생활이 특효약이다.
저번보단 조금 편하게 자동차에 탑승한다.
이번에는 휠체어를 빌리지 않았다.
보행기에 꽤나 익숙해졌고
부축받아서 조금은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됐든 다리를 활용해 집에 가보기로 한다.
안되면 남편에게 업혀가지 뭐!
자동차에서 내려 보행기를 손에 쥔다.
드르륵, 탁
드르륵, 탁
보행기와 함께 아파트를 횡단한다.
보행기를 끌고 다리를 뻗고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엘리베이터에 도달한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고 보니
휠체어를 탈 때보다 더 많은 시선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너무 요란하게 걸어왔나 보다.
안보는 척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을
나도 애써 무시해 본다.
집에 도착했지만 저번처럼 신나진 않는다.
갑자기 하반신 장애가 생긴 것도 화딱지나 죽겠는데
니프티 결과상 아이의 기형아 위험도는 99%.
융모막 검사 결과는 2주가 지나도 안 알려줌.
이런저런 상황이 너무나도 버겁다.
안 좋은 일이 이렇게 몰아서 일어날 수 있을까?
깊은 우울감에 빠져버린 나를 위해
남편이 특단의 조치를 준비했다.
바로 Path of exile 2라는 RPG 게임이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종종 게임을 즐겼고
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면 한 달 정도는 정신없이 매진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남편의 게임 제안을 적극 수용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게임을 시작했다.
우울할 새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게임중독 최고야!
2024년 12월 14일(토)
아침 8시
일어나자마자 울적한 기분이 올라온다.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게임을 시작한다.
정신없이 시간을 흘러 보낸다.
자발적 게임중독의 시간이다.
점심즈음
엄마, 아빠가 집에 위로차 놀러 오겠다고 한다.
남편이 재빨리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나는 도움이 되지 못해 얌전히 누워있는다.
그가 설거지, 청소, 화장실 청소 등을 후다닥 끝내니
엄마, 아빠가 음식과 과일을 싸들고 도착했다.
과일을 깎고
차를 준비하고
다 같이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다.
단조롭게 평소와 같이 일과를 지내다 보면
우울감은 어느새 나를 스쳐 지나간다.
일상은 참으로 대단한 존재다.
몸은 불편하고
정신도 편치 않음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일상을 지키기 위한 남편의 부단한 노력과
든든하게 내 뒤를 받쳐주는 엄마, 아빠 덕이었다.
모두들...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