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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확진

by 다이아

2024년 12월 16일(월)


다시 돌아온 재입원.

이번에는 일반병동에 자리가 없어 통합병동으로 입원하라고 한다.


통합병동에서는 간호인력이 환자의 간병까지 봐주고

간병인 혹은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할 수 없다.

단, 나는 낙상 고위험군이고 임산부이다 보니

보호자가 함께 상주하기로 협의했다.


팔찌를 차고 입원실로 올라간다.

옷을 갈아입고 몸무게와 키를 잰다.

간호사님의 안내에 따라 병실로 이동한다.


이번엔 복도 쪽 방에 배정되어

보호자 침대가 매우 매우 협소하고 열악했다.


내가 이젠 보행기와 함께 얼추 이동할 수 있으니

밤~새벽에는 간호조무사님의 간병을 받기로 하고

당분간 남편은 집에 가서 자고 오기로 한다.


"화장실 갈 때 미안해도 도움 꼭 받아야 해, 알겠지?"

안전바 잘 올리고, 조심하고 있어!"


남편은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하는 부모님 마냥

신신당부를 거듭하고 떠난다.


투병 이후

남편 없이 보내는 첫 번째 밤이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붙잡고 잠을 청한다.




2024년 12월 17일(화)


6시 40분에 기상한다.

간호조무사님과 함께 보행기를 끌고 화장실에 간다.


7시에 밥을 먹고 나니

간호조무사님이 젖은 세안티슈를 가져다준다.

얼굴을 닦는다.


7시 30분 정도 되니

간호조무사님이 양치컵 2개 가져다준다.

한 컵엔 물이 담겨있고, 한 컵은 비어있다.

자리에서 치카를 마친다.


8시가 되니 남편이 병실에 도착한다.

둘이서 약 30분가량 간단한 감각자극 재활을 한다.


8시 45분 즈음 재활을 받으러 출발한다.




"통합병동은 어떠세요?"


재활치료 중 들어온 치료사쌤의 질문에

통합병동은 일반병동 대비 조용해 좋았다 대답한다.


우선, 통합병동에는 간병인들이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밀집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쾌적했다.

그리고 신경과만 병동을 쓰는 게 아니라 암센터, 신경외과 등 여러 병동이 섞여있어 인지가 양호한 분들이 많아 사건사고 없이 조용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재활이 끝난다.

재활을 끝내고 올라가려는 찰나 재활과 안내데스크에서 나를 붙잡는다.


"산부인과에서 이따 4시 반에 오시래요."


철렁

심장이 내려앉는다.


쿵쾅쿵쾅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아직 버리지 못했나 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융모막 검사 결과가 나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이 많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기다린다.


"다이아님, 진료실 들어가실게요"


남편이 휠체어를 끌고 들어간다.

내 휠체어를 교수님 앞에 세우고

남편은 옆에 의자에 착석한다.


"다이아님, 재활은 잘하고 계시죠?

오늘은 융모막 검사 결과가 나와서 불렀어요."


교수님이 조용히 검사결과지를 전달해 준다.

결과지에 여러 가지 유전자의 배합이 그려져 있다.

눈으로 빠르게 검사 결과를 읽어 나간다.


21번...

삼염색체...

다운증후군...


"많이 기다리셨죠?

1차 결과를 저는 먼저 듣긴 했는데...

확실한 결과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최종결과까지 기다리느라 늦었어요.


네... 결과지 보시면 알겠지만...

다운증후군 확진입니다."


이이-

귓속에 작은 경고음이 들려오며

교수님의 말이 배경음악처럼 흐트러진다.


눈앞이 흐려진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인쇄물 속 유전자 배합이 흐트러진다.


"요즘 의학이 발전해서

다운증후군이 있어도 건강히 태어나서

오래 사는 경우도 꽤 많아요.


하지만 얘기드렸듯이

아기의 심장에 이슈가 있어서...

임신을 유지하시기로 결정해도 유산될 수 있어요.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지는

다이아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


말을 해보려고 하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는 바닥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눈물을 비집고 신음이 새어 나온다.


"아휴... 검사 결과지는 저한테 주세요.

저희가 버려 드릴게요."


아무 말 못 하고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며

교수님이 일단 검사 결과지를 회수해 가신다.


"내일 오전에 산부인과로 전과하실 거고요..."


교수님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셨지만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귓속에 이명을 뒤로한 채

어영부영 설명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손에 이끌려

휠체어채로 진료실에서 나온다.


진료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휠체어를 타고 나오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남편이 서둘러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아아... 아아아

참을 수 없는 신음이 계속해서 새어 나온다.

투병 이후 제일 괴로웠던 밤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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