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횡단척수염 하반신 마비 Q&A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로
저번주는 글을 올리지 못했었네요...
혹시나 기다리셨던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단 말씀 우선 올립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다시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잠시 재정비를 거치고
우당탕탕! 장애인으로 살아남기
에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즌2의 마지막 편은
아픈 이후로 제일 많이 들은 질문들이자
제가 의료진들에게 제일 많이 던졌던 질문들을
Q&A로 묶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Q. 그래서 병명이랑 증상이 뭔데?
2025.9 현재 제가 진단받은 병명입니다.
중추신경계통의 탈수초질환에서의 급성 횡단척수염
상세불명의 뇌척수염
마비성 보행장애
주병명은 급성 횡단척수염이나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반복 재발하는 원인질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 증상은 '저림'으로 시작됐습니다.
저림은 발끝에서 시작해
5일 만에 하반신 전체로 번졌고
이후 1~2일 만에 하반신에 힘이 빠지면서
마비 및 보행 불가 상태가 되었습니다.
MRI상으로
T8~10번 척수에서 긴 염증이 발견되었고
뇌에서도 작은 병변 2개가 발견되었대요.
T8~10번 척수 부위는
하반신 운동 기능 및 대소변 기능을 담당하며
저의 증상의 대다수는 여기에 기인합니다.
다행히 뇌 쪽 염증 부위에서는
기능적인 이상이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저의 케이스는
1) 급격하게 증상이 확산됐고
2) MRI상 척수에 긴 염증이 있으며
3) 뇌의 시신경 근처에서 염증까지 발견되어
항체가 밝혀지지 않은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으로 의심 중입니다.
Q. 왜 그 병에 걸린 거래?
제 척수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서
이런 면역 반응이 많이 일어난답니다.
젊은 여성은 면역력이 비교적 높은 편이며
이 면역 체계가 이상이 생겨 과민해지면
정상인 조직을 외부 침입자로 착각해 공격한답니다.
저의 경우는 척수가 공격당한 거죠.
면역질환들이 이레 그렇듯이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다고 합니다.
Q. 발병 전에 스트레스가 많았어?
제게 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024년은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열정정인 팀장님을 만나
업무적으로 참 바쁜 시기였어요.
새로운 업무를 맡아 정신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다니는 회사가
워낙 워라밸이 좋은 곳이라...
업무시간에 대다수 일은 끝낼 수 있었고
가끔 1주에 한번 2시간 정도 야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갑작스럽게 임신을 했었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아이였지만 참 좋았어요.
7주 차에 유산을 겪었지만요.
이 유산도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요?
여름 동안은 심신을 회복하고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할 즈음
한강에서 사이클을 타며 체력을 길렀어요.
준비를 거쳐 2025년 10월
발병 직전에 다시 한번 아기가 찾아왔습니다.
유산의 위험이 또 있을까 무서워
조금 이른 시점인 4주부터 회사에 이야기를 했고
아기집을 확인하자마자 단축근무를 신청했습니다.
유산의 아픔을 겪고
다시 찾아온 아기였어서
참 행복했었기에
이 당시에 스트레스가 많았냐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Q. 염증이 생겼다고 못 걷는 게 말이 돼?
저도 몰랐습니다.
척수라는 게 이렇게 예민한 곳일지.
척수는 뇌와 신체 각 부위 사이의
정보 전달 통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염증이 생기면서
망가지고, 막혀버린 거래요.
그래서 못 걷게 된 거래요.
Q. 어떻게 치료하는 거야?
척수와 뇌의 염증은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경구 면역억제제
'마이렙트'를 복용하여
면역체계가 과잉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행장애는
꾸준한 재활치료밖에 답이 없다고 합니다.
중추신경의 회복을 돕는 약물은 없대요.
Q. 염증 나았어? 나으면 다시 걷는 거지?
현재 염증은 모두 나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온전히 걷지는 못해요.
염증으로 인한 흉터 같은거 때문에
척수 신경관이 좁아졌답니다.
저도 초반엔 척수에 있는 염증이 없어지면
바로 걸을 수 있는 거라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상된 신경은
그리 간단히 회복되는 게 아니래요.
제가 얼추 걷는 척을 시작하자
치료사선생님들이
이런 저련 얘기들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척수는 중추신경계로
재생 및 회복이 어려운 편이며
저와 비슷한 질병 및 상태로 들어오는 경우
다시 못 걷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바로 곁에도 그런 분이 계셨어요.
60대 초반 아주머니이신데
저와 동일한 급성 횡단성 척수염이었어요.
그녀의 경우 하반신 감각이 모두 소실됐고
대소변도 혼자서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저보다 상황이 안 좋긴 하셨어요.
그녀는 증상이 최고점을 찍고
이후에 회복되지 않아서...
다시 걷기 위한 재활이 아닌
휠체어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한
상체 근력 위주의 재활을 하고 계셨습니다.
Q. 그럼 언제 괜찮아져?
인터넷상 정보로는 2년 정도까지는
점차적으로 개선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H교수님께 물어보니
저건 평균적인 수치일 뿐이지
사람에 따라 이는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해한 대로 써보자면...
'신경이 회복되면 → 움직인다'가 아니라
'억지로 움직이면 → 신경이 회복될 수 있다'에 가깝습니다.
재활을 통해
움직일 때 썼던 근육을 키우고
근처 신경들을 억지로 자극합니다.
그러면 활성화된 근육과
자극받은 근처 신경들의 도움을 받아
얼추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슬프게도
근처 신경까지 다 죽었다면
다시 못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Q. 재활을 하면 나을 수 있는 거지?
물론 어느 정도 좋아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답니다.
저는 만 34살이지만
거동이 편치 않은 할머니와 같은 상태예요.
평지를 걸을 수는 있으나
계단에서는 도움이 필요하고
달리기도 못합니다.
스쿼시, 테니스, 사이클, 등산 등
건강할 때 즐기던 취미는 모두 떠나보냈어요.
자전거를 못 타게 된 건 참 충격이었는데
골반의 균형감각이 소실되었고
발의 감각이 없어져서 페달링이 불가능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의료진들은
천천히라도 회복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게
재활이 되고 있다는 표시랍니다.
어쨌든 계속해서 훈련하다 보면
어제보단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드릴게요!
이때까지
우당탕탕! 하반신 마비 일어서다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워지기 전에 시즌3
우당탕탕! 장애인으로 살아남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