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5일(토)
K센터에서 뇌와 흉추의 MRI 검사가 있는 날!
MRI 검사에는 이제 도가 텄다.
가뿐히 1시간 20분가량 검사를 끝내고 나왔다.
종료 후에 간호사님께
MRI 검사를 연달아 받는 건 힘들 텐데
참 잘했다고 칭찬도 받는다.
투병생활을 하며 참 힘들기도 했지만
인생에서 정말 원 없이
칭찬과 응원을 받았던 시기기도 한 것 같다.
검사를 잘해도 칭찬받고
발가락을 들어도 칭찬받고
다리를 들어도 칭찬받고
잘 앉아도 칭찬받고
일어서도 칭찬받고
걸어도 칭찬받는다.
성인이 되고 나서 칭찬받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아프니 이런 순간이 찾아오는 게 참 묘하다.
어찌어찌 검사를 끝내고
근처 추천 맛집까지 들러서
칼국수까지 야무지게 먹는다.
K센터 전원생활 완벽하게 적응완료!
2025년 2월 20일(목)
K센터에서 유발전위검사 후 외래를 받기로 한 날!
도착해서 바로 유발전위검사부터 받는다.
머리, 허리, 다리 등에 접착제를 발라
전선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전기신호를 보내서 각 부분 간 신호가 잘 전달되는지 측정한다.
검사 준비가 끝나고 나니 뭔가 사이보그 인간과 같은 모양새다.
뭔가 측정이 잘 안 되는지
왼쪽 다리에 힘을 풀라고 자꾸 얘기한다.
재활 과정 중에서
오른쪽 다리가 조금 더 회복이 빠르고
왼쪽 다리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
그 부분이 검사에 나타나는 것 같다.
어쨌든 검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기하다가
외래 시간에 맞추어 진료를 들어간다.
H 교수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저번보다는 나아진 모습에 마음이 조금 편하네요.
재활은 일단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항체검사(피검사) 결과를 보니...
결국 항체는 안 나왔네요.
그래도 진행 양상이 시신경 척수염과 매우 유사하죠
제 소견으로는
아직 의학적으로 항체는 발견하지 못한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으로 판단됩니다."
E 대학병원 J교수님은
다발성경화증도 의심하셨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어본다.
"다이아님은 다발성경화증은 아닙니다.
그 부분은 고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교수님은 MRI 사진을 틀고 유심히 지켜본다.
"MRI 사진을 함께 보면서 얘기드릴게요.
일단 이 흰색 부분이 염증이었어요.
염증은 MRI 상 흐려진 게 보이시죠?
그런데 안 좋은 결과가 하나 있어요.
염증은 다 나았는데
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졌어요.
이렇게 손상된 신경은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장애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울하지만 각오하던 바였다.
교수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경청한다.
"이런 케이스는 면역치료로
재발을 엄격하게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재발을 막고
재활에 집중하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다이아님 같은 경우에는
임신 생각이 있으신 가임기 여성이니
리툭시맙 치료를 권장드리려고 해요."
리툭시맙은 B세포라는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주사로
특정 암(비호지킨 림프종 등)과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초기에는 1주일 간격으로 4회,
이후에는 6개월 간격으로 1회씩 주사로 투여한다고 한다.
치료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져
교수님께 내가 재활을 위해 입원한 병원이 외출이 안되고
지금은 임신보다는 재활에 집중하고 싶다 이야기를 전한다.
"그럼 마이렙트도 괜찮습니다.
마이렙트는 경구로 복용할 수 있고
리툭시맙 대비 부작용도 약해요.
단, 이 약은 먹는 중 임신은 안됩니다.
임신을 원하시는 경우 중단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가능해요.
적어도 1~3개월은 시간이 필요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우리는 고민을 이미 거의 끝내 둔 상태였다.
마이렙트 치료를 시작하기로 협의하고
다음 예약을 잡은 뒤 약을 처방받는다.
마이렙트는 아래와 같이 적응 후 증량하기로 한다.
0~2주 : 하루 500mg (250mg * 2번)
2~4주 : 하루 1,000mg (500mg * 2번)
4주 이후 : 하루 2,000mg (1,000mg * 2번)
복용 간격은 12시간!
이 약은 지속시간이 길지 않고
바로 대사 되어버리기 때문에
매 시간 꾸준하게
놓치지 말고 먹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핸드폰 알람을 덕지덕지 맞춘 후
남편이 제작해 준 어플로 체크를 시작했고
이 습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 대학병원 J 교수님은
치료가 잘 되었으니
재발 여부를 보고
면역치료를 판단하겠다고 하셨었는데
K 센터 H 교수님은
재발 시 치명적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크니
면역치료를 바로 시작하자 하신다.
인터넷 등으로 찾아본 바에 의하면
E 대학병원 J 교수님의 방침이 정석이다.
하지만 환자인 나의
현재 및 미래까지 생각하면
K센터 L 교수님의 제안이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J교수님의 퇴사가 위기처럼 느껴졌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구나 생각하며
재발 전 이곳을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다시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