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3월쯤부터는
몸에 근력이 많이 붙었다면서
지팡이 없이 혼자 걷기 훈련을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걷기를 시작으로
안전바를 두고 한발, 두발, 세발, 네발
하루하루 조금씩 범위를 늘려간다.
내 발에 걸려 넘어질뻔한 위험도 있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않은 적도 많지만
한 달여간 훈련 끝에
평지에서는 잠시 자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보행을 시작하니 주변 지인들이 묻는다.
"오오, 시간이 지나서 신경이 회복된 거야?"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까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손상된 중추신경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경통은 여전하고
다리의 감각도 여전히 둔감하다.
내가 하는 재활은
없어진 근육을 키워서 신경이 손상된 상태로도
걸을 수 있게 하는 훈련인 것 같다.
이렇게 반복해서 걷다 보면
우선 근육이 발전하고
주변 신경이 손상된 신경들을 도와주기도 해서
걷는 모양새가 조금씩 개선된다는 것 같다.
입원 재활치료는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기에
엄마가 병원으로 출퇴근하며 나를 봐줬고
가끔씩은 남동생이 엄마 대신 내 재활을 봐줬다.
내 재활을 봐주는 가족들은
보호자들 마다 특징이 있었는데...
남편은 내가 최악일 때부터 함께해 줬기 때문일까
언제나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나를 케어했고
엄마는 갓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딸내미와 놀듯이
과보호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챙길 거는 챙겨주는 간병을 해줬다.
남동생이 아주 제대로였는데...
나를 거의 PT선생님 마냥 관리했다.
더 걸어야 좋아질 거고
자기가 잡아줄 수 있으니
더 할 수 있다며...!
나를 각종 길과 계단으로 안내했고
남동생이 병원에 오는 날이면
나는 거의 8 천보 가까이 병원을 걸어 다녔다.
나는 이렇게 온 가족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고
차근차근 퇴원 준비를 시작했다.
집중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은
발병 후 약 6개월 정도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나는 4월 중순에 그 6개월이 끝났다.
어차피 곧 타의로 퇴원하게 될 거
어차피 곧 회사로 복귀해야 할 거
조금 미리 퇴원해 보자!
E 대학병원에서
2025년 3월 28일(금)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약 1~2주간 집에서 일상생활을 해본 다음
2025년 4월 10일(목) 복직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 일정은 예기치 못하게 변경되고
2025년 3월 18일(화)
나는 최종 퇴원을 하게 된다.
갑작스레 시외할머님이 돌아가셔서
남편과 함께 장례를 치르러
대구로 내려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서는
몸이 불편하니 안 가도 된다 만류했지만...
내가 아플 때, 나를 혼자 둘 수 없다고
휴직을 내고 손수 간병까지 해준 남편 아닌가!
가까운 가족이 떠나 마음이 힘들 남편 곁에
함께 있고 싶었다.
예기치 못한 퇴원에
담당 교수님들, 담당 치료사님들
친했던 환자 및 보호자분들과도
급하게 인사 및 작별을 마친다.
나의 담당 치료사님들은
이 기회에 대중교통도 타보고 여러 실외활동도 해보라며 격려해 주셨고
주변 환자 및 보호자분들도 고생했다며 토닥여준다.
퇴근한 남편과 함께 짐을 싼다.
이렇게 어영부영, 갑작스럽지만
입원 투병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