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홀로서기 프로젝트

by 다이아

2025년 1월엔 가족 행사가 많았다.

언니의 생일과 남편의 생일

그리고 민족의 대명절 설날까지!


다행히 나는 K 센터 신경과 전원을 이유로

E 대학병원에서는 잠시 퇴원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빠와의 마지막 설날을...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병원이 아닌 친정에서 보낼 수 있었음을

그래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날 나눴던 사랑들은 평생 잊지 못하리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남자♡ 조카(친)와 노는 중인 울 아부지 & 조카(시)와 노는 중인 울 남편


잠시 못 본 사이에 부쩍 커져있는 조카들과

내가 걷는 척을 하기 시작하자

너무너무 좋아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힐링을 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2025년 1월 31일(금)

남편의 복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자! 홀로 설 시간이다.




2025년 2월 3일(월)


좋았던 휴일은 끝났다.

다시 돌아온 재입원.


나는 홀로 서고자 했으나

E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Y교수님은

이를 허하지 아니하셨다.


그녀는 내게 입원기간 중에는

상주 보호자가 꼭 있어야 한다고 했고

아니라면 간병인을 사용하기를 권장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나는

간병을 받기엔 너무 멀쩡했다.

이젠 화장실도 폴대를 잡고 혼자 갈 수 있게 됐고

정신은 원래도 명료했다.


잠시 다른 얘기로 빠져보자면... 인체는 참 신기하다.

척수염을 앓고 하반신 마비가 되며

치욕스럽게도 대소변 장애가 극심해졌었는데

걷는 시늉을 시작하니

대소변 기능이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간적으로 살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왔다.

진짜, 너무너무너무 다행인 부분이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엔

나는 이제 얼추 혼자 생활할 수 있다 여겼지만

여기 의료진들은 조금 보수적인 편이었다.


※ 그렇기에 입원 중 외출과 같은 모든 행위는 일절 금지였고, 나는 K센터에서 신경과 외래 일정이 잡힐 때마다 E 대학병원에선 입퇴원을 반복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통합병동으로 입원해

간호인력들의 간병을 받기로 협의해 본다.


통합병동은 예전에 잠시 입원했을 때

신경과 일반병동 대비 매우 조용하고 쾌적했기에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입원 절차를 마친다.




통합병동에 입원할 때도 절차는 거의 똑같다.

몇 가지 동의서에 서명하고

팔찌를 받아 병동으로 올라가 환복 한다.


우선 회진 오신 Y교수님과

이번 달 재활 일정을 조율한다.


재활치료는 E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신경과는 K센터에서 외래로

다니다 보니 스케줄이 아주 복잡하다.


2월 3일(월) : E 대학병원 입원

2월 14일(금) : E 대학병원 퇴원

2월 15일(토) : K센터 MRI(뇌, 척추)

2월 20일(목) : K센터 유발전위검사, 외래

2월 24일(월) : E 대학병원 입원


그래도 일상은 시작되고 쳇바퀴는 돌아간다.

그리고 이 즈음부터 주중은 조금 더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오전 7시 : 아침을 먹고 나서 브런치 글을 쓴다.

오잔 9시 : 엄마가 병원에 오면 오전재활 GO!

오전 11시 : 엄마와 간식과 커피를 먹는다.


오후 12시 : 엄마랑 점심을 먹는다.

오후 1시 : 엄마와 놀면서 팔운동을 한다.

오후 2시 : 엄마랑 함께 오후재활 GO!

오후 4시 : 엄마가 집에 가면 브런치에 글을 쓴다.


오후 6시 : 남편이 병원에 오면 저녁을 같이 먹는다.

오후 7시 : 남편과 함께 산책재활 GO!

오후 9시 : 남편이 집에 가면 잠시 자유시간을 보낸다.


꽉 찬 재활 일정 속에

엄마랑 남편이랑 데이트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다.


엄마는 아픈 이후 상대적으로 살이 빠진 나에게

간식을 가득가득 채워주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나는 오전 재활 끝나면

엄마와의 커피&간식타임을 알차게 즐기기 시작했다.


엄마와 놀면서 재활을 받는 게 즐거우면서도

매일매일 출근시간에 지하철로 1시간 정도 이동해서

못난 딸을 간병하러 와주는 엄마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엄마는 나를

아픈 딸보다는 보통의 딸처럼 자연스럽게 대해줬고

나는 그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며

재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엄마 이때 기억나요? 우리 그래도 은근 재밌었죠? ㅎㅎ♡


남편도 오랜만에 출근해서 힘들 텐데

퇴근하고 매일매일 저녁마다 병원에 들러

병원을 한 바퀴 산책하며

회사에서의 일상을 공유해 주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회사생활이 그립기도 한데

병원생활이 나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잘재잘 일상을 얘기하는 남편이 귀엽기도 하고

변치 않는 남편이 참 고맙기도 한다.

소소하고 행복하게 병원에서의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언제나 나를 가득가득 채워주는

가족들의 사랑에 무한히 감사함을 느낀다.

아픔에도, 사랑해서, 가슴은 참 충만하다!




매일매일 보람차게 재활을 하던 중

예기치 못하게 병원과 트러블을 겪기 시작하는데...

통합병동은 보호자와 간병인이 없는 병실이었고

나는 그 병실의 이단자였기 때문이었다.


두 명의 보호자가 병실을 드나드니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특정 간호사님이 이 부분을 많이 싫어했고

보호자들을 병실 밖으로 쫓아내기 시작했다.


재활의학과 교수님은

상주보호자 없는 일방병동은 안되고

일상에선 간호인력의 간병을 받으며

재활치료에는 보호자를 동반하라 했지만...


통밥병동 간호사님은

보호자는 통합병동에 드나들면 안 된다고 하고

나는 일상에선 간병이 거의 필요 없었다.


재활의학과 교수님께 이 부분의 괴리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해서

결국 다음 입원주기(2/24)에는

일반병동으로 가기로 합의한다.


병원 입원생활에는 쉬운 게 하나 없구나...!


keyword
이전 16화신경면역질환의 명의를 찾아서